13살 말티즈와 함께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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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홍 기자]
▲ 올해로 13살이 된 나의 반려견 콩이 |
ⓒ 이서홍 |
나에겐 10년을 함께한 친구이자 동생이 있다. 이름은 '김콩'. 나의 성은 '이씨'이지만 콩이는 김씨 성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김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콩이는 3살 무렵 우리 가족이 되었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지내던 아이를 데려온 것이었다. 그때 이미 우리 집에는 '별'이라는 말티즈가 한 마리 있었다. 별이는 사람에게는 매우 온순하고 착한 아이였으나 다른 개와는 꼭 싸움을 해서 이겨야 하는 여전사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산책 중 다른 개에게 공격받은 후 성격이 변했다)
그래서 우리의 고민은 길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별이와의 관계였다. 별이와 콩이가 싸우지 않고 잘 지내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콩이는 당시 입양자가 없으면 안락사 대상이 되어야 했고 우리는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었다.
"잘 지내보자, 우리!"
결국 우리는 10년 전인 2014년, 콩이를 가족으로 맞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이에게는 미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의사를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 없으니,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를 대야 할 것 같다.
▲ 굳이 한 방석에 함께 자리 잡은 별이(왼쪽)와 콩이(오른쪽). 둘은 알게 모르게 의지를 많이 했다. |
ⓒ 이서홍 |
별이와 콩이는 자주 함께 누워있었다. 어쩌면 콩이가 별이를 따라 등을 맞대고 귀찮게 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이도 그것이 싫지는 않았는지 이대로 잠에 들기도 했다.
둘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의지했다. 우리 가족이 집을 비울 때에도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혹은 콩이가 일방적으로 귀찮게 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둘은 때로는 남매처럼 그리고 친구처럼 온기를 나누며 진짜 가족이 되어갔다.
별이가 떠난 후
별이가 떠났다. 별이는 11살의 나이로 먼 여행길을 나섰다. 축농증으로 자궁을 적출하고 설상가상으로 치매까지 앓게 된 별이는 허약한 몸으로 몇 계절을 더 살다가 여름과 가을 그 사이쯤 차가운 솜뭉치가 되었다.
▲ 콩이와 여행을 떠났다. 기억해 주면 좋겠다. |
ⓒ 이서홍 |
하지만 나는 다시 일어서야 했다. 내 무릎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조용히 숨을 내쉬는 콩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콩이도 별이의 부재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별이가 떠나기 전, 콩이는 별이를 계속해서 핥아주었다. 얼굴부터 발까지. 일어나서 같이 놀자는 뜻이었을까? 그 마음은 콩이만 알겠지만 나는 그런 콩이가 안쓰럽고 고마웠다.
그래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공부했다. 나와 반려견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책도 읽고 병원도 다니며 정보의 바다를 헤엄쳤다.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지지만, 다행히도 콩이는 13살의 나이인 지금까지 크게 아픈 곳이 없다. 예전에 비해 활동량이 줄고 눈이 살짝 탁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우리를 반겨주고 사랑해 준다.
그런 콩이를 나 역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내 눈엔 아기 같은 우리 콩이. 사랑스러운 나의 13살 말티즈. 물론 밤새 숨은 잘 쉬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횟수가 늘었지만, 콩이는 평생 나의 아기일 것 같다.
부디 콩이가 건강한 삶을 살다가, 나중에 강아지별에서 별이를 만났을 때 도란도란 우리의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별이도 콩이도, 우리를 좋은 가족으로 그리고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해 준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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