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따면 레몬 떠올라 ... 생레몬하이볼 1000만캔 돌풍 주역 누구?[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7. 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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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부루구루 대표. (부루구루 제공)
생레몬하이볼?

캔을 따면 진짜 레몬이 떠오르는 주류 신제품이다. 편의점 CU와 8개월간 공동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캔을 팔아치우면서 하이볼 열풍에 부채질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제조사 부루구루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떴다. 관련 제품은 이미 10여개국 바이어와 수출 계약을 체결, 곧 해외로 진출한다. 최근에는 위스키의 고장 스코틀랜드에서 장인을 영입, 한국형 위스키 생산에도 도전하고 있다. 올해 4월 4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면서 생산시설 확충에 숨통도 틔웠다. 하이볼을 넘어 맥주, 위스키 등 글로벌 종합주류회사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부루구루 박상재 대표를 만나봤다.

Q. 주류사업 진출 2년 반 만에 누적 기준 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비결은.

약 10여년 전 부터 취미로 수제맥주를 만들었다. 국제대회에 출품했는데 굵직한 상을 수상하면서 나름 자신감도 붙었다. 또 시장상황에 맞춰 콤부차 등 다양한 음료도 시장에 내놨다. 물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쓴맛을 보고 회사 존폐를 걱정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다시 원래 잘 만들던 ‘술’에 집중해보자고 해서 2021년 11월부터 주류제조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편의점 채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맥주와 하이볼을 내놓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다양한 사업을 해 본 경험과 주류에 대한 나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하며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에 접목한 것이 주효했다고 믿는다.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 캔이 소비된 생레몬하이볼. (부루구루 제공)
Q. 특히 하이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일본 시장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최근 20여년간 일본에서는 하이볼 인기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도 하드셀처(도수·칼로리 낮은 탄산 계열 술)가 유행한지 꽤 됐다. 한국도 이런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부루구루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보통 하이볼에 곁들여먹는 레몬을 아예 조각 내서 제품 안에 넣은 음료를 만들어보자고 나섰다. 기술적으로는 상당히 난도가 있었다.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8개월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CU MD는 ‘이거 진짜 대박날 것’이라며 본사를 설득, 제품 개발 전에 선주문을 해주며 응원해줬다. 실제 시장에 제품이 나오자 반응은 뜨거운 정도가 아니었다. ‘내놓으면 완판’이 될 정도였다. 공장을 최대로 가동하며 3개월 넘게 1000만캔 가까이 생산해도 수요를 맞출 수 없을 지경이다. 다만 초기와 달리 이제는 전 공정 자동화까지 완료하고 공장 증설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은 나아졌다.

Q.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진다고?

그렇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해외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팔아달라는 제안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현재 문의를 접수받은 국가만 30개국이 넘는다. K컬처의 힘을 매일 실감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미국, 유럽 및 호주 등 주요 거점 국가에 지사를 설립해 현지 생산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Q. 예전에도 주류업계에는 과일소주 등 여러 히트상품은 있었다. 하지만 유사제품이 쏟아져서 흐지부지되거나 후속제품은 히트치지 못해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친 사례도 많았다.

그래서 일단 특허 출원부터 해서 진입장벽을 높였다. 더불어 특허출원 기술을 바탕으로 이미 50여개 이상의 다양한 레시피 제품을 개발완료한 상태다. 언제든 해당 기술을 응용해 추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향후 다양한 칵테일이나 추가 제품에도 해당 기술을 접목, 잘 사용하고자 한다.

부루구루는 스코틀랜드의 유명 증류소인 라프로익 증류소에서 장인으로 통하는 ‘바리 매카퍼(사진 왼쪽)’를 영입해 위스키 생산에 나섰다. (부루구루 제공)
Q. 위스키 사업도 시작했던데.

하이볼에서 중요한 건 주요 원료 중 하나인 위스키 품질이다. 폭증하는 하이볼 생산에 맞춰서 고품질의 위스키, 증류주를 다양하게 생산하는 것이 주요 목표가 됐다. ‘언제까지 주정만을 사용한 하이볼을 만들 수는 없지 않냐’는 내부 위기 의식이 매우 크게 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 스코틀랜드의 유명 증류소인 라프로익 증류소에서 장인으로 통하는 ‘바리 매카퍼’를 영입했다. 이후 생각보다 많은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해외에서 유명한 인재와 교류의 폭이 넓어지면서,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양조 인재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다양한 투자나 협업 제안이 자주 오곤 한다. 국내에도 추가로 다양한 증류소 부지들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이미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신규 증류소 부지만 3곳이고, 스코틀랜드에도 증류소 건립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호주 등지의 증류소 인수 계획도 있다. 소주와 브랜디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쌀이 좋은 파주에 본사가 있는데, 당연히 파주에서 명주를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브랜디 또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인데, 개인적으로는 코냑을 매우 좋아하며 장기적으로는 브랜디를 통한 하이볼 개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와인의 제조·유통은 물론, 진(Gin) 같은 주종까지 부루구루만의 장점을 살려서 생산해보고 싶다.

Q.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들텐데.

그래서 투자 유치에 나서서 상반기에 45억원을 확보했다. 하반기에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주류업계 전체가 불황이라 신규 자금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좋은 투자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부쩍 늘었다. 기존 주주의 증자 의사가 매우 높고, 임직원도 직접 투자를 원하는 분위기다. 당장은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일부 재원만을 충당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 제조시설 구축과 주력 제품 생산기지 확대를 위한 목적은 물론, 추후 해외 증류소 등 다양한 M&A를 위해 자금 조달을 할 예정이다. 2026년 내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Q. 향후 목표는.

사업하면서 인생의 목표가 점점 뚜렷해지고 주관이 확실해지는 것이 매우 신기하다.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루 16시간씩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그냥 매우 행복하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보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웃음) 그러나 남들이 내가 만든 술을 마시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자 목표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품질을 높이고 직원들과 즐겁게 새로운 주류를 만들까 고민을 많이 한다. 건강한 주류문화를 조성해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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