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제주도민의 추천, '제주 바당'을 누려보세요

김아람 2024. 7. 20. 11: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휴가철에만 누릴 수 있는 제주 바다... '에라 모르겠다'가 가져다 준 즐거움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아람 기자]

7월은 만인의 휴가 시즌이자 방학 시즌이다. 제주도민들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비행기값을 보며 한숨을 내쉬기도 하지만, 육지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은 이 휴가만을 기다리며 참고 또 참으며 일상을 버텨왔을 것이다. 이번 여름휴가지로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선택된 바로 이곳. 7월의 제주도에서는 무엇을 하는 게 가장 좋을까?

어느덧 제주 8년차 도민으로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제주도의 '바당'을 추천한다. '바당'은 제주어로 '바다'를 뜻한다. '바당'이라는 귀여운 제주어로 바다를 말하는 것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제주도 바다를 표현하는 데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몰랐다, 바다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놀이터였다니
 
 7월 제주 바다는 정말 아름답다.
ⓒ 김아람
 
여름 휴가지로 떠나는 종착지 중 바닷가는 세 손가락 순위 안에 꼽힐 것이다. 그만큼 사람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하지만 제주에는 어느 해수욕장을 가더라도 뉴스에 나오는 육지 해수욕장만큼, 즉 '물 반 사람 반' 정도의 엄청난 인산인해를 이루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제주 사방 천지에 물놀이할 바닷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이 많더라도, 갈 바닷가도 그만큼 많은 게 이곳 제주만의 장점이다. 그래서 나는 주변인들에게 7월 제주의 어느 바다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서, 넘실대는 물속에서 몸을 온전히 맡겨보기를 추천하곤 한다. 모래사장에 앉아있거나 사진만 찍는 사람들을 안에서 찡긋 바라보며, 바닷속에 있는 나 자신이 왠지 자랑스러워지는 바로 그 멋진 순간을 공유하고 싶다. 

바닷물 안으로 들아간다는 것은 사실 많은 준비와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이후의 고생스러움이 동반되기도 한다. 모래 가득한 몸을 씻고 차를 타는 것도 번거롭고, 햇볕에 마구 그을릴 내 소중한 피부도 걱정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냥 바닷가 앞에서 멋진 인생샷을 남기거나 그냥 바다가 잘 보이는 오션뷰 카페나 숙소에서 바다를 구경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7월이다.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해수욕이 허락되는 시절은 바로 지금 뿐이다. 햇살은 뜨겁고 바닷물은 적당히 따뜻하고 시원하다. 너무 더운 내 몸을 에어컨으로 식혀도 좋지만, 7월의 제주도에서는 바다라는 특별 옵션이 있다. 바닷속에 들어가서 몸을 식힐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이 돼줄 것이다.

나는 사실은 바닷속에 들어가는 걸 꺼려하던 사람이었다. 크게는 귀찮고 번거로워서였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함께 바다에 나가면,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동안 나는 그늘막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줘야 하고, 또 아이들이 나오면 부지런히 씻기고 옷도 갈아입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나까지 들어가면 훨씬 뒤처리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서, 웬만하면 입수는 남편을 앞세웠고 나는 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피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다가 아이들의 물장난에 나도 옷이 젖어버린 날이 있었다. 순간 생각했다. '에라, 모르겠다.'

다른 날과 다르게 웬일인지 그날은 '에라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뒷일은 생각도 않고 그냥 함께 바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늘막 안에서 기다릴 때는 점점 볕이 뜨거워지고 날도 찜통 같아서 얼른 집에 가자고 애원했는데, 물속 아이들과 남편은 세상 행복해 보이길래 은근히 부아가 났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날은 젖은 김에 그냥 나도 슬쩍 물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다소 충동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세상에, 천국도 이런 천국이 따로 없었다.

물 안은 생각보다 적당하게 시원했고, 몸을 담구고 나니 예상과 달리 그 자체로 몹시 상쾌했다. 아이들은 오래간만에 내가 들어오니 신이 나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함께 파도를 타고 함께 웃었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바닷속은 흥미진진한 놀이터 그 자체였다.

해수욕장마다 특색 있어... 지금 제주에서 유행하는 액티비티는 이것
 
 바다 속은 생각보다 평안하다.(자료사진)
ⓒ unsplash.com
 
수영은 잘 못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라이프가드용 안전조끼를 착용하니 상관이 없었다. 강해졌다가 약해졌다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다가오는 파도와 함께 장단을 맞추며 노는 것만으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한낮의 햇살은 엄청나게 강한 것 같은데 바닷속 우리에겐 전혀 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일렁거리는 물결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몸을 맡겨버리니 노곤하게 잠이 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만큼 평안한 게 바닷속인데, 그간 귀찮고 불편하다며 바다 밖에 앉아만 있었던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오히려 모래에만 앉아있으며 편하다고 착각했던 시간들이었다. 

'제주 바당'은 사실 사방의 그 어떤 해수욕장 어디라도 각각의 특색이 있어서 좋다. 요즘 제주에서는 특히 스노클링이 유행을 타면서, 바닷속 물고기를 보기 위해서 코난 해변, 월령포구 등 같은 제주만의 핫플레이스를 찾아가며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다.

아니면 그냥 각 잡고, 정말 정식 '서핑 체험'을 예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주의 함덕이나 곽지 해수욕장 같은 곳에서 서핑을 배워보며 바다 입수를 시작해 보는 것도 제주만의 7월을 만끽해 보는 즐거운 액티비티가 되겠다.

물론 파도와 조류에 대한 사전 정보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물놀이하면서, 들어가기 전에 물놀이 안전수칙을 사전에 철저히 익히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제주바다 풍경.
ⓒ 김아람
 
해외여행을 할 때 현지 가이드가 가장 어려워하는 고객이 바로 제주도민이라는 얘길 들었다. 제주도민은 이미 천혜의 자연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눈이 너무 높아서 해외 그 어디를 가더라도 성에 잘 안 차기 때문이란다. 일리가 있었다.

나 역시 제주 생활이 벌써 8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제주 바다는 아무리 매일 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제주만큼 다채로운 바다 색깔과 까만 바닷돌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곳이 전 세계 그 어디에 또 있을까? 다른 유수의 세계적 관광지와 비교해도 절대 빠지지는 않겠다는 확신이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도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귀한 보물이 확실히 맞다. 그중에서도 7월, 이 7월은 그 아름다운 제주 사방 천지의 바다 안으로 들어가서 이점을 실컷 누릴 수 있는 달이다. 바닷속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입수를 위한 그 번거로움과 망설임은 바닷물과 함께 바로 사라질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바다 안에서는 당신의 역할이나 의무는 없다. 누군가의 부모나 아들 딸도 아니고, 취준생이나 직장인도 아니며, 그저 휴가지 관광객일 뿐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근심은 바다에 들어감과 동시에 마법같이 사라진다. 바닷속에서는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고 무아지경으로 떠다니는, 다 똑같은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니까. 

7월, 이제 곧 방학이다. 곧 여름휴가 시즌이다. 이번 7월의 제주 여행에서는 나의 본분을 모두 벗어던지고, '에라 모르겠다'하면서 그냥 제주 바당 속으로 아이처럼 와락 안겨보면 어떨까?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