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페놀 유출 후 '30년 난제'…대구 "안동댐 물 끌어다 쓴다"

백경서 2024. 7.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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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 [중앙포토]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 이후 30년 넘게 답을 찾지 못했던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가 해결의 물꼬를 텄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화진 환경부장관과 권기창 안동시장을 만나 안동댐에서 대구 시민의 식수를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안동 두 단체장과 환경부 장관이 지난 15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만나 안동댐 물을 대구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대구시의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맑은 물 하이웨이’는 낙동강 상류인 안동댐 직하류에서 취수해 110㎞ 길이 도수관로를 통해 대구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공급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에는 1조4000여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하루 63만t 규모 물을 안동댐에서 대구로 공급하는 사업 추진안을 환경부에 건의했다. 환경부는 이날 “가뭄이 심해도 낙동강 상류 지역에 지장을 주지 않고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하루 46만t 정도 취수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구시 관계자는 “부족한 물은 강변여과수나 운문댐·군위댐 등을 활용한 대체 수자원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예타 면제 등을 포함한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 시장은 “대구 지역 물 문제는 지난 30년간 풀리지 않았던 난제였다”며 “어려운 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주신 환경부 장관과 안동시장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부터)과 권기창 안동시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5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대구시]


안동시는 대구에 물을 공급하면 댐으로 인해 낙후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상생협력금 지급 등을 받게 될 전망이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댐은 지역 내 대규모 규제지역을 만들어 내고 발전을 저해하는 애물단지였으나, 이제는 하류 지역과 상생 협력 상징이며 안동 지역 발전에 효자 노릇을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낙동강 오염 사고 잇따라


현재 대구 수돗물 가운데 67%는 낙동강 물을 정수해 사용 중이다. 대구시 달성군 매곡리에서 취수해 문산·매곡정수장에서 정수한다. 매곡리는 경북 구미공단으로부터 34㎞ 하류에 있다.
대구취수원 구미이전반대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낙동강 통합물관리 관계기관 협정체결식이 열리는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앞에서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물 문제는 1991년 구미에서 발생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이후 발생했다. 91년 3월 14일 당시 경북 구미시 구포동에 있던 두산전자의 페놀 원액 저장 탱크에 설치한 파이프가 파열됐다. 이에 페놀 30t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으로 흘러갔고, 대구 시민 상수원 취수장까지 오염됐다. 약 8시간 동안 배출된 페놀로 인해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대구 시민 신고가 빗발쳤다. 낙동강을 타고 흘러 부산·마산을 포함한 영남 모든 지역 취수원 물이 삽시간에 ‘죽음의 식수’로 둔갑했다.

거기다 2009년에는 발암 의심물질인 ‘1,4-다이옥산’이 구미공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구시는 구미공단보다 더 상류에 있는 구미 해평취수장을 대구 시민 식수원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구미시가 반발했다. 대구에서 물을 빼가면 해평취수장 물이 줄고 수질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 물싸움은 15년간 이어져 왔다. 그사이 낙동강에서 발생한 수질 오염 사고만 9건(1991~2018년)이다.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구에서는 생수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1991년 두산전자의 잇따른 낙동강페놀유출사건으로 분노한 대구시민들이 동성로에서 관계 공무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구미→안동, 대구 물 문제 끝날까


10년 넘게 옥신각신한 끝에 2022년 4월 경북도·대구시·환경부 등이 협정을 맺어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t을 대구시에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3개월 뒤 대구와 구미 시장이 바뀌자 협약도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홍 시장은 “더는 구미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협정 해지를 통보하고 안동시와 협의에 나섰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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