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전세사기…무자본으로 수십억 땡겼다[경제범죄24時]

유병돈 2024. 7.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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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시안씨(31·가명)는 최근 전세 계약이 끝나 이사를 준비하다 깜짝 놀랐다.

피해자들이 한 건물에 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임대인 이모씨(46)와 김모씨(51)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는다는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국토교통부에 의뢰해 이들이 부천은 물론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인천 부평 등지에 모두 22채의 오피스텔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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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원룸건물 무자본 매입…50억 ‘꿀꺽’
수도권 오피스텔 22채에 ‘무자본 갭투자’

충남 천안의 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시안씨(31·가명)는 최근 전세 계약이 끝나 이사를 준비하다 깜짝 놀랐다. 2년 동안 모은 돈과 기존 전세보증금을 합쳐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옮기려 했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김씨는 건물 임대인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번번이 연결되지 않아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알고 보니 김씨와 비슷한 피해를 당해 경찰서를 찾은 임차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 이 건물 임차인들의 고소장이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해 8월16일. 이후 고소장이 연달아 접수되더니 올해 6월11일까지 피해자가 속출했다. 드러난 피해자만 62명으로, 피해 금액은 50억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이 한 건물에 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임대인 이모씨(46)와 김모씨(51)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19년 1월 한 페이퍼 회사를 차린 뒤 자신을 대표로, 이씨를 차장으로 두고 해당 원룸 건물을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단 한 푼도 없었다. 건물에 설정된 은행 채무를 그대로 인계받는 이른바 ‘무자본 매입’으로 이들은 건물을 손에 넣었다.

그렇게 매입에 성공한 두 사람은 2019년 1월21일부터 지난해 3월28일까지 세입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받은 보증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피해자별로 적게는 5000만원에서 최대 1억1000만원의 보증금이 이들의 범행 수법에 증발한 것.

사건의 심각함을 인지한 경찰은 지난달 24일 김씨와 이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28일 검찰에 송치했다. 본래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사기로 얻은 금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경법이 적용돼 벌금형 없이 무조건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현재 이들은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경기 부천원미경찰서에도 올해 4월 비슷한 사건이 접수됐다. 부천 원미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가 발단이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는다는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국토교통부에 의뢰해 이들이 부천은 물론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인천 부평 등지에 모두 22채의 오피스텔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무자본 갭투자 형태임을 직감한 경찰은 세입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피해 사실을 파악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피해 금액은 1인당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 모두 2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임대인이 고소장 접수와 동시에 잠적하는 바람에 초동 수사에 애를 먹었다. 체포영장과 통신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으나 생활반응이 전혀 없는 임대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임대인의 사기 행각을 도운 공인중개사(30대)의 존재를 파악해 압박에 들어가면서 임대인 역시 올해 1월 경찰에 자수했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친구 사이로 마찬가지로 무자본 갭투자 형태로 건물들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임대인은 구속, 공인중개사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고, 수원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이들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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