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회유' 거부한 3가지 이유

김삼웅 2024. 7.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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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면암 최익현 평전 14] 면암은 당당한 어조로 거부의 의견을 적시하였다

[김삼웅 기자]

 면암 최익현 영정(충남 청양군 소재 모덕사)
ⓒ 모덕사
 
봉건군주 시대 칙명은 절대의 명령이었다. 상중이거나 병중이 아니면 받아들이는 것이 관행이고 사는 길이었다. 의병봉기를 선무하라는 고종의 칙명을 면암은 거부하였다. 경국지추에 일어난 의병을 해산할 명분이 없었다. 주자학의 기본이 충과 효가 아니던가. 국난기에 선비들이 충을 위해 일어난 의병을 무슨 명분으로 해산한다는 말인가. 또한 면암은 '정(正)'을 지키고 '사(邪)'를 물리치는 화서의 문하가 아닌가. 면암은 당당한 어조로 거부의 의견을 적시하였다.

신이 작년 12월 28일의 일(아관파천)을 목격하였는데, 역적의 괴수 김홍집·정병하는 모두 죽음을 당하였으나, 조희연·유길준 이하 여러 적들은 모두 도망쳐 잡지 못하였다. 죄는 시역보다 더 큰 것이 없고, 시역은 김홍집·정병하·조희연·유길준보다 크게 일으킨 것이 없다. 비록 반 토막으로 베고 십족을 도륙하더라도 오히려 신명과 사람들의 분함을 씻을 수 없는데, 지금 죽여서 그 죄를 밝히고 바로잡아 온 나라에 호령하지 않고, 도망갔는데도 그들의 처자를 몰수하여 엄중하게 사찰하여 잡지 않으면서, 단지 보통의 작은 죄처럼 보고서 일체 불문에 부쳐서 가볍게 하기만 힘쓰고 있다.(…)이는 역적을 토죄한다고 이름만 붙인 것이고 실제로는 놓아주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하고서 신에게 구차스럽게 변명하는 말을 하여 의병을 일으켜 역적을 토죄하는 민중을 해산시키게 하려하니, 그들이 만일 이러한 일을 가지고 힐난하게 되면 신은 말이 이미 꺾이는데 어떻게 성상의 뜻을 선양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신이 이해되지 않는 첫째이다.

(…)신은 듣건대, 각국이 통화하는 데에는 이른바 공법이 있고 또 이른바 조약이 있다고 한다. 신은 모르겠지만 공법과 조약에 과연 이웃 나라의 역적을 도와 남의 나라 임금을 위협하고 남의 나라 국모를 시해하라는 문구가 있겠는가. 반드시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만일 없다면 공법과 조약을 어디에 써야 하는가? 이미 공법을 세웠고 조약을 만들었으니, 왜인의 죄를 열거하여 각국에 글을 보내어 군사를 출동시켜 죄를 묻게 하여 분개하고 미워함을 같이 하는 것이 대의이다.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우리는 왜놈이 두려워 입을 열지 못하니 각국도 당연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러 고을의 의병이 언필칭 왜적을 토벌하지 않고서는 원수를 갚을 수 없다 하니, 명분이 이미 바르고 말도 순리에 맞다. 가령 신이 유지를 가지고 내려가서 형세를 들어 타이르다가, 그들이 만일 '대의에 의거하는 것이며 성패를 논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신이 무슨 말로 대답하겠는가? 이것이 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둘째이다.

개화 이후부터 선왕의 법제를 모두 고치고 한결같이 왜적의 지휘를 따라 중화를 오랑캐로 만들고 인류를 금수로 만들었으니 이는 개벽 이래 일찍이 없었던 큰 변고인데, 머리를 깎는 한 가지 일은 더욱 심한 것이다. 다행히 성상께서 마음을 돌이켜 의복과 갓까지 모두 편의대로 하라는 분부가 있었으니, 이야말로  하늘의 해가 거듭 밝아지는 때이다.

그러나 위에서 머리를 기르라는 명쾌한 분부가 있었음을 듣지 못하였으므로, 아직까지   머리를 보존하던 몇몇 신하도 도리어 애통하다는 조서가 내린 뒤에 깎았다. 아, 성상의   마음에 어찌 또한 중화와 오랑캐에 대한 향배를 잠시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다만 이미 자른 머리를 갑자기 기를 수 없기 때문에 서서히 처리하고자 한 것이리라. 

그러나 지극히 어리석은 백성들이 망령되이 서로 짐작하고서 성상께서 오랑캐 따르기를 즐겨서 백성을 많이 속인다고 하며, 서로 와전하여 깨뜨릴 수 없게 된다면 신이 성상의 유지를 받들고 가서 명령에 따르지 않음을 말하더라도 그들이 반드시 '어찌 명령하는 것이 우리가 좋아하는 바와 반대되느냐.'고 하면 신은 또 대답할 말이 없다. 이것이 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셋째이다.(<면암집>)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면암 최익현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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