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 마비 '전세계 IT 대란' …"정상화까지 몇주 걸릴 수도"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린 정보기술(IT) 대란이 완전히 정상화되는 데 몇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최악의 IT 장애의 완전 복구에 몇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서리대의 사이버 보안 교수인 앨런 우드워드는 이번 IT 장애 문제를 해결하려면 영향을 받은 시스템을 수동으로 재부팅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표준 사용자는 이 지침을 따르는 방법을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드워드 교수는 수천대의 운영 PC가 서로 다른 위치에 분산된 조직에는 더욱 어려운 작업이라며 "일부 조직의 경우 분명히 (복구에) 수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보안공학 교수인 스티븐 머독은 많은 조직이 신속히 장애를 복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머독 교수는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기 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원격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따라서 사람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T 담당 직원을 줄이거나 IT 업무를 아웃소싱한 기업과 조직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고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아란 마틴 전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 최고경영자(CEO)는 적대적 사이버 공격과 달리 이번 IT 장애 문제는 이미 식별이 됐고 해결책도 제시됐다며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음 주 이쯤에는 지속적인 (IT) 혼란 측면에서 뉴스거리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 세계 2만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둔 보안 플랫폼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배포한 업데이트 패치가 MS 윈도 OS와 충돌하면서 이를 사용하는 서버와 컴퓨터에 장애가 발생, IT 대란으로 번졌다.
전 세계 곳곳에서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고 방송, 통신, 금융 서비스 등이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000여 편의 미 국내외 항공편이 결항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3200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택배업체 페덱스는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응급 구조 서비스 911 신고도 먹통이 되고, 일부 병원은 문을 닫는 등 의료 서비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부 생산라인도 멈췄다. 이날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테슬라의 네바다 공장과 텍사스 공장 일부 설비 전자기기에 오류 메시지가 표시돼 일부 직원을 일찍 귀가시켰다.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입·출국 시스템 운용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다. 멕시코 이민청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이날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州) 시우다드후아레스와 미국 남부 텍사스주 엘패소를 연결하는 국제교에서 차량과 보행자들이 최대 4시간 대기했던 것으로 보고됐다. 멕시코 티후아나와 미국 샌디에이고를 잇는 산이시드로 검문소에서는 시스템 오류로 최대 10시간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이 때문에 티후아나에서는 검문소 10㎞ 밖까지 행렬이 이어지는 '역대급 차량정체'가 발생했다.
이번 IT 대란을 촉발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조지 커츠 CEO는 "많은 고객이 시스템을 재부팅하고 있으며, 우리 쪽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상 운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시스템은 자동으로 복구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정상화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MS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및 업계 전반과 긴밀히 협력해 고객이 안전하게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도록 기술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증시는 IT 대란 속에서도 별다른 오류 없이 정상적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1% 가까이 하락하며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77.49포인트(-0.93%) 내린 4만287.53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39.59포인트(-0.71%) 내린 5505.0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44.28포인트(-0.81%) 내린 1만7726.94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비트코인은 5% 이상 급등하며 6만7000달러 선을 넘겼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3시 42분(서부 낮 12시 42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5.62% 급등한 6만7127달러(9334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6만7000달러선을 넘은 것은 지난달 11일 이후 38일 만이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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