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이 ‘인종 차별’ 당했는데…“손흥민 판단에 맡긴다” 무책임한 포스테코글루
김희웅 2024. 7. 20. 08:45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인종 차별 사건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일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인종 차별과 관련된 물음에 피해자인 손흥민에게 판단을 맡긴다는 말만 남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18일(한국시간) 하츠와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손흥민을 향한 발언과 코파 아메리카 경기 후 어색한 장면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와 얘기할 시간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코파 아메리카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이미 다뤄진 내용”이라면서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사람은 손흥민이다. 그에게 판단을 맡길 것이다. 이 문제는 처리되고 있고,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항상 중요한 건 손흥민이며, 우리는 그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답했다.
‘피해자’인 손흥민에게 판단을 맡긴다는 답변으로 인종 차별 사건을 넘긴 형세다. 사실상 동료 사이에서 일어난 인종 차별인 만큼 구단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하지만, 손흥민의 의지에 따라 벤탄쿠르 처벌 유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소 무책임한 태도로 인종 차별을 바라봤다.
벤탄쿠르는 코파 아메리카 본선 전 우루과이의 한 방송에 출연해 손흥민을 향해 인종 차별 발언을 날렸다. 물론 손흥민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하지만, 벤탄쿠르는 방송 진행자가 손흥민의 셔츠를 요청하자, “손흥민의 사촌의 것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인이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성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결국 벤탄쿠르는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문으로 뭇매를 맞았다. 얼마 뒤 또 한 번 게시물을 통해 사과했다.
구단의 대응은 없었다. 최근 인종 차별을 엄히 대하는 타 구단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수장인 포스테코글루 감독부터 인종 차별 사건에 휘말린 벤탄쿠르에게 징계를 내리는 등 벌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인 울버햄프턴과 첼시는 최근 다른 대처를 보였다. 최근 황희찬이 코모 1907(이탈리아)과 연습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게 “그는 자기가 재키 찬(성룡)이라고 생각한다”는 인종 차별성 발언을 들었고, 구단과 게리 오닐 감독은 강하게 항의했다. 구단도 유럽축구연맹(UEFA)에 이 사건을 제소할 것이라고 알렸다.
첼시는 소속 선수인 엔소 페르난데스의 잘못을 엄격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페르난데스는 코파 아메리카 우승 뒤 세리머니를 벌이다가 프랑스 선수단을 비하하는 노래를 불렀다. 첼시는 팀과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지만, 이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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