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의 민족"…EU서 벌금맞고 한국서 수수료 올린 배민 모기업[기업&이슈]

이현우 2024. 7. 20. 0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 반독점 벌금 우려
배민 중개수수료 기습 인상에 논란
70여개국 시장 확대…재무리스크 커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배달의민족이 전격적인 중개수수료 인상에 나선 가운데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EU의 반독점법 위반 과징금 충당을 위해 한국에서 중개수수료를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징금과 별개로 딜리버리히어로가 사업확장 여파로 재무관리를 위해 대규모 현금확보에 나서면서 앞으로 배달의민족 등 해외 자회사의 배당과 중개수수료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배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 반독점 벌금우려에 주가 급락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ETR)에서 딜리버리히어로의 주가는 지난 17일 20.03유로를 기록했다. 4월 33유로 이상 올라섰던 주가는 이달 8일 7% 이상 폭락해 19.50유로까지 빠진 이후 20유로대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EU 집행위로부터 4억3300만유로(약 65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딜리버리히어로 산하 음식 배달 기업들이 상호 직원을 채용하지 않기로 협의하고 사업 비밀을 공유하는 등 반독점법 규칙위반 의혹이 제기되자 EU집행위원회는 2022년 7월과 지난해 11월 두차례에 걸쳐 딜리버리히어로의 본사와 유럽국가 지점들에 대해 사전통보 없이 기습 조사에 나선 바 있다.

EU에서 아직 과징금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은 상태인 가운데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부터 과징금 부과에 대비해 자금을 따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EU 과징금에 대비해 1억8600만유로(약 2808억원)을 별도 마련했으며 앞으로 대비 자금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EU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민 중개수수료 기습인상 논란…벌금 재원 마련하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배달의민족이 기습적으로 중개수수료 인상을 밝히면서 모기업의 과징금 대비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0일 '배민1플러스(배민 자체 배달 서비스)' 요금제의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주문금액 대비)에서 9.8%로 3.0%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에도 배달의민족에서 4127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챙기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6998억원 등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전체 영업이익의 58%에 달하는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간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대규모 배당과 함께 딜리버리히어로의 사우디아라비아 자회사인 헝거스테이션에 4000억원을 대여해주기도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실적 이상으로 많은 현금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7237억원에서 530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거액의 배당과 대여금에 이어 중개수수료까지 대폭 인상하면서 입점업체들과 운수노조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15일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본사의 배를 불리기 위해 중소상인, 자영업자와 배달노동자를 착취하고 국민 외식비를 폭등시키는 배달의민족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최근 배민은 입점업체의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사실상 늘어나는 배민 배달을 확대하면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그 중 절반이 넘는 4000억원을 독일 모기업에 배당했다. 배달의민족이 아니라 '게르만 민족', '빨대의 민족'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전세계 70여개국 배달시장 장악…재무 리스크 확대
[이미지출처=딜리버리 히어로 홈페이지]

딜리버리히어로는 EU 과징금 뿐만 아니라 사업확장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부담으로 안고 있다. 현금확보가 절실해 배당금이나 수수료 인상 등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주요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딜리버리히어로의 부채는 44억유로(약 6조6381억) 규모 전환사채(CB)와 10억5740만유로(약 1조5953억원) 규모의 대출 등으로 구성돼있다. 약 57억유로 규모의 딜리버리히어로 전체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물론 딜리버리히어로는 현금흐름 창출을 통해 CB와 대출 만기 상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최근 만기가 2025년, 2026년으로 다가오고 있는 3억유로(약 4500억원) 규모 CB들을 재매입하기로 결정했다. 2027년 8월 만기 예정인 대출금 상환일도 2029년 12월까지로 연장했다. 자본 구조 최적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자칫 실적악화나 돌발변수가 나타나 CB 조기상환청구권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재무적 위험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최근 10년 간 딜리버리히어로를 이끌어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갑자기 사임하면서 재무관리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임마누엘 토마신 CFO가 사임하고 마리 앤 팝 재무담당 수석부사장이 임시 CFO로 선임됐다. 신임 CFO 내정자 선임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로인해 딜리버리히어로가 세계 70여개국의 사업장 중 단일규모로 가장 큰 배달의민족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해 배당 및 수수료인상으로 현금확보에 더 집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일 이국환 전 대표가 일신상 이유로 사임하고 피터얀 반데피트 딜리버리히어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임시 대표 자리에 앉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