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 매체에 여론전 의뢰... 그 핵심에 등장한 이진숙

신상호 2024. 7. 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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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②] MBC 노조 와해 시도...위키트리 대표 "너무 무리한 요구 해서 계약 중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보도합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준비해 온 방송법과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장 제1조를 읽고 있다.
ⓒ 이정민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제가 계약을 중지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0여 년 전 MBC 간부로 재직할 당시 인터넷 언론을 활용한 일명 어뷰징으로 '노조 비방전 공작'을 시도한 정황이 <위키트리> 전 대표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공훈의 전 위키트리 대표는 지난 17일 공동취재단과 통화에서 "2012년 이진숙 본부장과 만나 MBC 노조 파업에 대해 SNS에서 비방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거래했느냐"는 질문에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제가 계약을 중지했다. 그걸로 끝난 일"이라고 했다. 

MBC의 '무리한 요구'가 무엇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고, 중간에 제가 이건 부당하고 무리다 싶어 해지했다"면서 당시 받았던 착수금은 모두 "정리했다"고 했다. '착수금을 반환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공 전 대표는 "네"라고 답했다.

이진숙의 '노조 비방전 공작', 고 이용마 기자 폭로로 처음 알려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012년 MBC 기획홍보본부장 시절 위키트리 대표와 만나 '노조 비방전 공작'을 벌인 사실은 당시 언론노조 MBC 홍보국장이었던 고 이용마 기자의 폭로로 처음 알려졌다.

이 기자는 지난 2013년 자신의 트위터와 2016년 <한겨레> 기고 등을 통해 "이진숙 당시 본부장은 2012년 4~5월께 공훈의 대표를 접촉해 '리스크 매니지먼트 서비스' 계약을 체결. 위키트리에서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해 MBC 노조를 비방해달라는 내용. MBC는 그 대가로 6000만 원의 착수금과 함께 매달 2000만 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이 기자는 당시 공훈의 대표와의 통화를 인용해 'MBC가 가상계정 생성을 요구하고, 위키트리 측은 지나친 요구라 판단,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이 전 기자의 폭로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당사자인 공 전 대표를 통해 MBC와 거래 정황이 직접 확인된 것이다.

지난 2012년 당시 MBC 노사는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인 김재철 사장에 반발해 역대 최장 기간 파업(170일)에 나섰고, MBC 사측은 박성호 당시 기자회장, 이용마 당시 언론노조 홍보국장, 정영하 당시 노조 위원장, 강지웅 당시 노조 사무처장(해고 순) 등을 파업을 주도했다는 사유로 해고하면서 맞불을 놨다.

당시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터져나오면서, 여론은 사측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이 이진숙 본부장을 통해 위키트리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게 고 이용마 기자의 주장이었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후에도 MBC 노조와 대척점에서 '반노조' 역할을 수행했던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이진숙 본부장님을 뵀다"는 보수 매체 편집장의 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지명 철회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언론노조, 민언련, 민변, 방송기자협회, 영상기자협회 등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위키트리와의 작업이 무산된 뒤, MBC 사측은 여론 조성, 노조 와해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6년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이른바 '백종문-박한명 녹취록'에는 그 실체가 분명히 나타나 있다. 지난 2014년 4월 1일 백종문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 등 회사 고위 간부들과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 <폴리뷰>의 박한명 당시 편집국장 등과 나눈 녹취록으로, 이진숙 후보자의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된다. 

당시 박한명 폴리뷰 국장은 "어느 날 A 변호사가 '나 어제 이진숙 본부장(당시 기획홍보본부장)하고 MBC 사람들 만났다'고 말하면서 자료들을 봉투에다가 꽁꽁 싸가지고 이만큼을 줬다"면서 "(A 변호사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팩트가 좀 다르다. 너가 좀 보고 싸워주면 좋겠다'라며 부탁했다, (자료를) 넘겨 가면서 MBC 노조 주장하고 같이 보다 보니까 재밌더라. 저희도 이제 똑같이 MBC 시즌2 된거다"라고 했다. 

박 국장은 이후 이진숙 본부장을 직접 만나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고도 했다. 박 국장은 "제일 중요한 얘기를 마지막으로 드리면, 제가 이진숙 본부장님을 뵀다.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아무래도 이 미디어전을 치르려다 보면 (MBC 노조 관련) 정보가 부족하니, 정보를 주실 수 있는 창고를 하나 개설해줘서 정보를 줬으면 한다"고 했다. 

'미디어전'의 대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등장한다. 박 국장은 "이진숙 본부장님한테는 제가 좀 말씀드렸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프로그램 외주를 좀 하나 주시면, 직접 제작은 못해도 원거리에서 하는 자료라든지 이런 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박 국장은 이후 2015년 2월 MBC '100분 토론' 패널로 출연하기도 했다. 

폴리뷰를 통한 여론 조성 작업이 실행됐다는 증언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녹취록을 제보한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는 2016년 2월 2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MBC 등 공영방송 노조를 공격하는 기사를 쓴 뒤 폴리뷰에 올렸다. 폴리뷰 기사는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포털 검색이 되는) 미디어워치와 뉴스파인더, 푸른한국닷컴 등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비슷한 기사를) 직접 편집했다. MBC 경영진은 우리를 '유일한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폴리뷰는 MBC의 옷이자 날개'라고 치켜세웠다. (대가로 논의한) 외주와 관련해서 박한명 편집국장은 100억 원을 이야기했다. 50억 원은 프로그램 제작, 50억 원은 우리가 먹자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모의는 빈번했다"고 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위키트리>와 <폴리뷰> 등에 여론 조성 작업을 제안한 사실이 있는지, 이러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동취재단의 질의에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라고만 했다.

"뭐 하는 거예요.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공동취재팀은 18일 국회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에게 "부당노동행위 재판에서 이진숙 후보자를 노조 탄압 주범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신 것이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뭐하는 거냐, 예의가 없다"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김 의원은 안광한 전 MBC 사장 체제 당시 '노조탄압'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인물.

'노조탄압' 사건은 지난 2014년 당시 안광한 MBC 사장이 '해사행위자'를 색출해 보도·제작 업무에서 배제하고 신설부서로 보내라고 지시하고, 권재홍, 백종문 등 MBC 간부들은 2012년 파업 참가자 등 해당 명단을 작성해 인사 명령으로 이행한 사건이다.

김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이진숙 책임론'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사건의 1심 재판 당시 김장겸 의원은 "임원회의 지시(안광한 지시) 방침을 이진숙(당시 보도본부장)으로부터 전달 받은 것에 불과한데, 이진숙은 기소하지 않고 김장겸만 기소한 것은 기소독점권의 자의적 행사"라고 주장했다. 노조 탈퇴 종용은 이진숙이 시킨 것인데, 왜 자신만 기소하느냐며 '이진숙 책임론'을 주장했던 것. 1심 법원은 "차별적 의도나 자의적 공소권 행사로 볼 수 없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진숙 후보자는 당시 기소가 되지 않아 처벌받지 않았지만, 이 사건에 밀접히 관여했다는 사실은 법원 판결문에서 확인된다.

관련 사건의 지난 2020년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보면 '이진숙은 해당 노조원 명단을 바탕으로 인력 재배치 방안을 함께 협의하였다'고 적시돼 있다. 이 사건으로 안광한 전 사장,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현 국민의힘 의원), 권재홍 MBC 전 부사장 , 백종문 MBC 전 부사장 등 4명은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2년 MBC 사측이 사내 보안프로그램인 '트로이컷'을 통해 노조 간부의 이메일 내용을 무단 열람한 '불법 사찰' 사건에도 연루됐는데, 대법원은 지난 2016년 이 후보자 등에게 1500만 원을 노조에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사장에 도전하면서 경영계획서에 노사관계 재정립을 목표로 '정치적 활동을 보장한 상위노조 탈퇴 요구', '노조전임자 수 축소' 등의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영방송, 공영언론이 노동권력, 노동단체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영방송, 공영언론의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의 조직원입니다."

이진숙 후보자는 지난 4일 대통령실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뿌리 깊은 '노조 혐오' 정서를 드러냈다.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첫 출근길에서는 "공영방송의 공영성 제자리 찾기"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후보자는 지명 이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권 성향의 MBC 제3노조가 주최하는 토크콘서트 일정 등을 공유하고, "자세히 읽어보고 공유해달라"면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이진숙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4일과 25일 이틀간 열린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을 비롯해 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전 MBC 부사장, 김행 전 위키트리 부회장, 권재홍 전 MBC 부사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①] "언론 입틀막 완성하라"... 이진숙의 'MBC 장악' 배후는 https://omn.kr/29f91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문상현 (시사IN)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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