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가고 이번엔 '이것'?…따라하기식 디저트 창업 잔혹사[디토사회]
탕후루 인기 저물고 이번엔 요거트 아이스크림?
과거 대만카스테라·커피번 등 대규모 폐업사태
"트렌드 주기 빠른 디저트…소비자 파악 중요"
편집자주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24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은 ‘디토(Ditto) 소비’. 디토는 ‘마찬가지’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디토소비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할 때 유명인의 취향과 유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을 뜻한다. 점차 소비 연령대가 낮아지는 명품 소비, 늘어나는 유행 편승 투자 등 한국 사회의 맹목적 ‘디토’들을 분석해본다.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던 탕후루가 대만 카스텔라의 전철을 밟고 있다. 디저트 트렌드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만큼 인기 있는 아이템을 무작정 따라해 창업했다가 금전적 손실을 보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 통계 분석 결과 올해 폐업한 탕후루 매장은 196곳에 달한다. 폐업 매장 수는 지난 1월 11개에서 ▲2월 16개 ▲3월 28개 ▲4월 49개 ▲5월 43개 ▲6월 49개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탕후루 매장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벌써 지난해 매장 폐업 수(72개)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탕후루는 과일을 막대에 꽂아 설탕물을 입혀 만든 간식으로, 한 때 Z세대 사이에서 신드롬급으로 인기를 끌었다. '식후탕'(식사 후엔 탕후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이 참여한 '마라탕후루' 챌린지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탕후루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BC카드의 가맹점 데이터 분석 결과 전국 탕후루 전문점 매출은 지난해 4월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같은 해 9월 고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매출액 지수는 전달보다 27%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탕후루 점주들의 한숨이 가득하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하루에 10개도 안 팔린다", "탕후루 괜히 배웠다", "유행이 이렇게 빨리 끝날지 몰랐다" 등의 푸념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탕후루 외에도 '반짝' 인기를 끌다 열기가 식은 디저트들은 셀 수 없이 많다. 2007년 고소하고 달콤한 향을 가진 영국식 빵 '번'(Bun)이 국내에 소개되며 커피번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2012년에는 글로벌 차(茶) 브랜드 공차의 국내 상륙으로 버블티가 유행했다. 그 이후에는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대만 카스텔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다만 2016년 방송사 고발프로그램에서 식용유 과다 사용 문제가 지적됐고, 원재료인 계란값이 폭등하면서 대규모 대만 카스텔라 폐업 사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독일식 디저트 슈니발렌 등이 이색적인 비주얼로 반짝 인기를 얻다가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최근 탕후루의 후발주자로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즐겨 찾으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으로, 기본 플레인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벌집, 과자, 과일 등을 추가해 먹는 디저트다.
프랜차이즈 가맹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요아정 매장 수는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2021년 99개에서 2022년 158개, 2023년 166개로 늘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요아정 매장은 350개가 넘는다. 요아정을 운영하는 트릴리언즈의 홈페이지에는 한때 "가맹 문의로 현재 업무가 마비되고 있어 따로 전화를 먼저 드리지 못하고 있는 중"이라는 공지가 게시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저트는 트렌드의 주기가 짧다"며 "매일 먹는 메인 음식이 아니라 간단하게 먹는 간식이기 때문에 재미와 신선함, 비주얼 등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창업 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탕후루는 설탕을 입혀 만들기 때문에 당뇨, 비만의 원인으로, 과거 인기를 끌던 대만 카스텔라는 식용유를 많이 쓴다는 의혹으로 타격을 받았다"라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변화를 꾀한다면 지속해서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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