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의 장미’ 日 원작자 “문화는 교류해 좋은 점 잇는 것”

장지영 2024. 7. 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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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리요코, 서울 개막 공연 관람
“한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기뻐”
韓 배우 가창력 감탄… “비결 궁금해”
EMK뮤지컬컴퍼니의 ‘베르사유의 장미’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일본 순정만화 ‘베르사유의 장미’가 한국에서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원작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76)가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러 개막 당일인 지난 1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를 찾았다. 그는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화를 연재한 게 반세기도 전이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만화가 이번에 한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와 남장 여인 오스칼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는 1972~73년 연재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일본에서 누계 2000만부 이상 팔렸으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는 여러 나라에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1993년 방영돼 국내 애니메이션 방영 최고 시청률인 28%를 기록하기도 했다.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의 원작자인 이케다 리요코는 “오랫동안 사랑받은 만화가 한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케다 리요코 프로덕션 제공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땐 순정만화에서 역사물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하지만 나는 1회를 그리면서 반드시 히트할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가 이 작품을 그리게 된 것은 프랑스 혁명의 중심에 있던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프랑스 재정을 파탄 내 혁명을 일으킨 악녀라는 선입견 대신 순수하고 고고한 모습을 부각했다. 여기에 왕실 근위대 장교였지만 프랑스 혁명 당시 민중 편에 섰던 실제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화의 또 다른 축인 오스칼을 만들어냈다. 중성적인 매력의 오스칼은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는 “‘베르사유의 장미’를 본 사람들이 내게 ‘당신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 혁명을 배웠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덕분에 역사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것이다”면서 “지금도 해외에 갔을 때 ‘베르사유의 장미’ 만화가라고 하면 엄청나게 환영받는다”고 뿌듯해했다. 프랑스 정부는 2008년 프랑스 문화와 역사를 알린 공로로 그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만화 주인공 오스칼의 일러스트. 이케다 리요코 프로덕션 제공


특히 ‘베르사유의 장미’는 1974년 일본에서 미혼 여성만 출연하는 다카라즈카 가극단에서 무대화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대표 레퍼토리가 됐다. 당시 쇠락세에 있던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인기를 회복하며 부활할 수 있었다. 올해는 다카라즈카 버전 ‘베르사유의 장미’의 초연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도 한국의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개막과 이케다 리요코 라운드 인터뷰에 취재진을 다수 파견했다.

“일본에서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베르사유의 장미’를 처음 공연할 때 ‘감히 순정 만화 따위가’라는 시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다카라즈카와 순정 만화의 행복한 결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는 노래에 대한 열정 때문에 47세의 나이에 음대에 입학해 공부한 뒤 지금까지 성악가로서 무대에 서는가 하면 직접 오페라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제작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와 관련해 한국 배우들의 가창력 비결을 궁금해했다. 그는 “성악을 공부하면서 한국 성악가 조수미 씨를 동경했다. 오페라를 비롯해 뮤지컬, K팝에서 보이는 한국인의 노래 실력이 강한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자신의 저서 ‘역사의 그림자 속 남자들’에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쓰는가 하면 배용준이 출연한 한국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일본판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는 “역사에서 일본과 한국이 이어지는 부분을 조사하고 책을 썼다. 이순신, 안중근 등의 영웅을 일본인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어에 한국어의 흔적이 남은 단어도 많은데, 이 역시 많은 일본인이 모른다”면서 “문화는 교류를 통해 서로의 좋은 점을 꺼내어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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