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차' 이미지 벗고 단숨에 세단 1위…그랜저 질주 계속될까 [주말車담]

고석현 2024. 7.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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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車담
현대차가 지난달 출시한 그랜저의 연식 변경 모델 '2025 그랜저' 내부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 그랜저는 ‘원조 회장님 차’였다. 1986년 등장한 1세대 그랜저(일명 ‘각(角) 그랜저’)의 가격은 1690만원부터. 그 시절 지하철 기본요금이 200원이던 것을 고려하면 서민들은 꿈도 못 꾸던 드림카였던 셈이다. 하지만 다이너스티(1996년), 에쿠스(1999년) 등이 등장하며 그랜저는 ‘회장님 차’ 자리를 내어줬다.

2000년대 들어서 그랜저는 ‘부장님차·아빠차’가 됐다. 차급별로 아반떼는 20대 사회 초년생이, 쏘나타는 30대 과장님이 타는 차란 암묵적 룰(?)도 있었다. 현대차는 2016년 6세대(IG) 그랜저를 내놓으며 '중년 남성차' 이미지 탈피를 시도했다. 그 뒤 국내 세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때부터 그랜저의 질주가 시작됐다.

그랜저 7세대(GN7)는 2022년 11월 출시돼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지난해 11만3047대가 판매돼, 5년 연속 세단판매 1위에 올랐다. 아반떼(지난해 6만5364대), 제네시스 G80(4만3236대), 쏘나타(3만322대)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 판매고다.

그랜저의 연식 변경 모델 ‘2025 그랜저’. 사진 현대차그룹
차준홍 기자


지난달 7세대 그랜저를 타고 서울~충남 태안까지 왕복 약 300㎞를 직접 운전해봤다. 실제로 몰아본 7세대 그랜저는 만족도 높은 차다. 먼저 축간거리(2895㎜)가 동급 중 가장 길어 뒷좌석이 넉넉했다. 주행 중 외부 소음이 잘 차단돼 정숙성이 돋보였고,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길에서도 특유의 안정감을 보여줬다.

드라이빙 재미도 쏠쏠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돌아오는 차량의 리액션과 장시간 운전에도 운전석이 안락해 ‘그랜저는 뒷좌석 승객보다 운전자를 위한 차’라는 말이 실감 났다. 대시보드엔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버튼만 남겼다. 공조 기능 등도 인포테인먼트 화면 아래 디스플레이에 구현해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차량 곳곳에 탑재된 14개의 스피커, 보스(BOSE)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도 좋았다.

처음 이 차가 나왔을 때 현대차 대형 레저용차량(RV) 스타리아와 비슷한 외관 때문에 ‘그타리아’(그랜저+스타리아)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현재는 소비자들도 그 외관에 익숙해진 듯 하다. 사실 현대차는 1세대 ‘각 그랜저’를 오마주 했다고 한다.

신재민 기자

1세대 그랜저는 현대차에 ‘영광의 역사’를 가진 차다. 현대차는 1985년까지 미국 포드의 ‘그라나다’를 들여와 조립해 판매했다. 그랜저는 미쓰비시의 기술력을 빌리긴 했지만, 현대차가 만든 첫 플래그십 세단이다. 당시 플래그십 세단 시장 1인자이던 대우 로얄 시리즈를 밀어내고,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세단 1위’ 왕관을 쓰며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대우자동차 로얄XQ. 중앙포토

현대차는 지난달 초 연식변경모델 ‘2025년형 그랜저’를 출시했다. 통상 연말이 가까워지는 4분기에 다음 해 모델명을 부여한 차량을 출시해 신년 판매 전략을 세우는 관행을 깨고 6월 초부터 내년 모델명을 붙인 차를 내놓는 것이다. 신차시장 수요 침체 속 붐업 차원으로 보인다.

연식변경모델엔 최신 지능형 안전 사양인 ‘차로유지보조(LFA) 2’가 전 트림 기본 사양으로 적용됐다. 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의 적용 범위를 공조 제어기까지 확대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차(SDV)에 좀 더 가까워진 것이다. 다만 외관 디자인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국내 차량 시장이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쏠리고 있는 건 그랜저에 고민이다. 국내 신차시장에선 2020년 이후 SUV 판매량이 세단을 앞지르고 있다. 그랜저의 판매량 확대를 위해선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연 그랜저의 질주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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