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제주 여름 탐구생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덥다.
여름날 풍경은 제주 곳곳에서 벌어진다.
제주에서는 여름의 절정에 달하는 백중날 동네 폭포 등으로 물 맞으러 가는 전통도 있다.
제주에서는 산초와 비슷한 제피 잎을 넣는데 향이 좋고 비린내도 가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덥다. 예년에 비해 비가 덜해 작황이 나쁘지 않아서 농부들이 한시름 놓았겠다 싶어 다행이긴 한데 장마철 지나면 본격 무더위와의 전쟁이다.
수직으로 피어오르는 흰 뭉게구름의 모양을 보면 대략 안다. 쨍쨍하고 습한 남국 여름의 막이 올랐다는 신호다. 여름날 풍경은 제주 곳곳에서 벌어진다.
제주의 공식 해수욕장은 11개. 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해수욕장엔 큰 관심이 없다. “이수광? 물맞으래 가게 재게재게 나옵써(집에 있어? 물 맞으러 가게 서둘러 나와).” 제주 사람들은 동네마다 있는 크고 작은 용천수가 솟는 물통과 계곡에서 더위를 피한다. 물놀이로 치자면 외도동 월대, 돈내코 원앙폭포, 예래동 논짓물, 강정동 강정천, 서홍동 솜반천 등이 제주인의 진정한 피서지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여름의 절정에 달하는 백중날 동네 폭포 등으로 물 맞으러 가는 전통도 있다. 제주시 외도동의 월대(月臺)는 보름달이 뜬 정취가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다. 여름날 동네 꼬맹이들의 물장구 소리로 가득하다. 돈내코 원앙폭포는 특유의 아름다운 옥빛 물색으로 유명하다.
에어컨마저 지루해지는 여름날 오후엔 책 한 권과 가벼운 아웃도어용 의자 하나 들고 그곳을 찾는다. 발목께 오는 계곡물에 의자 놓고 앉아 발만 담가도 금세 오슬오슬 소름이 돋는다.
중문 인근 예래동 논짓물은 용천수 길목에 둑을 쌓아 바닷물과 민물이 섞인 천연 수영장으로 이름났다. 여름철 논짓물에 발 담그고 백숙 끓여 먹는 풍경이 펼쳐진다. 서귀포 강정동 강정천은 서귀포 식수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용천수의 용출량이 많은 이름난 내천이다. 서홍동 솜반천은 서귀포 도심 속 슬그머니 자리해 서귀포 사람들만 알고 가는 피서지다. 맑고 시원한 솜반천 물은 천지연폭포의 원류이기도 하다.
특별한 여름 섬의 맛은 단연 물회에서 만날 수 있다. 된장 살살 푼 냉국에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해산물을 숭덩숭덩 썰어 담는다. 아삭한 오이와 풋고추도 송송 썰고 얼음 동동 띄워 시원하게 들이켜면 온몸에 엉겨붙은 여름의 습한 기운이 단박에 달아난다. 제주 사람들은 자리물회를 손꼽는다. 오직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섬사람들의 소울이 담긴 음식이다.
옛날 제주에서 물회라 하면 꼭 자리물회만 일컬었다. 음력 5, 6월 사이 알 밴 자리를 가장 맛난 것으로 친다. 자리물회는 뼈를 다듬지 않고 통째로 썰어 넣어야 제대로다. 제주에서는 산초와 비슷한 제피 잎을 넣는데 향이 좋고 비린내도 가신다. 뼈째 썰어 넣는 생선 물회가 어렵다면 한치물회나 소라물회도 있다.
한여름 두어 달 남짓 맛볼 수 있는 한치는 오징어와 모양새는 비슷하나 더 부드럽고 감칠맛 가득하다. ‘구쟁기’라 불리는 제주 뿔소라를 얇게 저며 한결 자분자분한 식감으로 만들어낸다. 6~8월은 뿔소라 산란 시기라 채취를 금하지만, 마을 해녀들이 일찌감치 잡아 준비해 둔 것들이 있어 맛보기 어렵지 않다.
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잔 시키고 “버려주세요”… 기가막히는 ‘공차 키링 대란’
- 전 세계서 윈도우 먹통 사태… 주요 은행·공항 운영 차질
- ‘5살 아이 의식불명’ 양주 태권도 관장 송치…“예뻐하는 아이” 눈물
- ‘바가지·되팔이 논란’ 상인에 철거명령… 제주시 초강수
- 변협, 쯔양 ‘허위 제보·협박’ 변호사 직권조사 개시
- “결별 통보 11분 만에 흉기 검색, 심신미약이라니” 유족 인터뷰
- “잠적설? 사실 아냐” 간판 뗀 카라큘라 사무실 가보니
- 호의 되갚은 독도함 장병들… 제주 식당 사장님 ‘울컥’
- 이준석 “조민과 왜 결혼했냐 따지는 어르신 많아”
- “이재명 하명법” 여당 반발 속 민주당 ‘전국민 25만원’ 강행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