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순직 장병' 1주기 추모제…종로서 촛불 밝힌 시민들
" 몇 달 전 채 상병의 어머니를 만났다. 아픈 마음 내색하지 않고 건강을 계속 챙겨주시던 어머니 모습에 마음이 무거웠다. 저에게 그의 일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
지난해 경북 예천에서 폭우 실종자 수색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의 1주기인 19일 서울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후 6시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세종대로에서 주최한 촛불 문화제에선 지난해 함께 수색에 나섰던 군 동료 A씨가 쓴 추모사가 읽혔다. A씨도 실종자를 찾던 중 급류에 휩쓸렸지만 구조됐다. A씨는 추모사에서 “내년 기일에는 아무 눈치 없이 추모하고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시민들은 오후 7시쯤부터 촛불을 들고 애도했다. 퇴근길에 추모 행사장을 찾은 김모(31)씨는 “국가를 위해 군 복무를 하다가 세상을 떠난 게 안타깝다”며 “무엇보다 젊은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더욱 찢어졌을 것이다. 순직 해병과 유족도 평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무리한 수중 수색 책임자 처벌해라”, “특검법 거부권을 거부한다”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다른 군 사망 사건 유족도 참여했다. 2014년 선임이 구타해 사망한 고(故) 윤모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군 사망 사건 유족들이 있다. 아들이 죽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달라졌냐”며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하지 않으니 죽음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행사 무대 인근엔 “피지 못한 꽃봉오리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등 시민들의 메모가 붙었다. 추모 메시지를 적은 최모(61)씨는 “아들 같은 젊은이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행사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 야당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같은 시간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선 순직 1주기 추모 집회가, 오후 7시 용산역 앞에선 추모 기도회도 열렸다. 앞서 오전엔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 제1사단 추모공원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주관으로 순직 추모식이 진행됐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시민 분향소에도 이날 추모객과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이상의 슬픔과 아픔이 없도록 작은 힘이나마 모으겠다”는 글을 남겼다. 앞서 오전 7시쯤 분향소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도 방명록에 “명복을 빈다”고 썼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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