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법원, '간첩 혐의' 美 기자에 징역 16년형 선고
러시아 법원이 간첩 혐의로 16개월째 구금해온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32)에게 징역 16년 형을 선고했다고 AP 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르시코비치는 미국과 구(舊)소련 간 이어졌던 냉전 이후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첫 미국 언론인이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의 스베르들롭스크 지방법원은 3일간 재판 과정을 거쳐 이날 게르시코비치에 대한 간첩 혐의를 인정해 징역 16년형을 선고했다. 재판과정은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게르시코비치는 지난해 3월 29일 취재 목적으로 방문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러시아 검찰은 지난 6월 기소하면서 그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시를 받고 스베르들롭스크에서 군사 장비를 생산·수리하는 군수 업체 우랄바곤자보드의 비밀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게르시코비치는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16개월간 구금됐다가 지난달 26일 첫 재판을 받았고, 18일 두 번째 심리가 속개됐다. 당시 러시아 검찰은 게르슈코비치에게 징역 18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다만 게르시코비치는 이날 최후변론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가 소속된 WSJ와 미국 정부 역시 이 재판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WSJ은 "에반은 언론인으로서 일하고 있었고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다""477일에 걸친 에반의 부당한 체포는 분노를 일으켰으며,라며 "이제 끝내야 한다"고 밝혀다. 이어 "우리는 그의 즉각 석방을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도 "게르시코비치의 구금은 잘못이다. 정부는 그의 석방을 단호하게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게르시코비치는 그가 언론인이고 미국인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표적이 됐다"며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러시아의 판결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 및 전세계의 언론 자유를 위해 굳건히 설 것이며 언론 및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으려는 모든 이들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천명했다.
일각에선 통상 수개월 걸리는 러시아의 '간첩 재판'과 달리 신속한 재판이 이뤄진 만큼, 미국과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간첩 혐의는 매우 민감한 분야라서 비공개 진행을 결정한 것"이라며 "그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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