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돈 버는 미용기기…해외서 극찬 [영업이익 강소기업]
52.48%.
의료기기 상장사 비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다. 지난 3년간 평균 매출액 성장률도 40%에 달한다. 그야말로 급성장세다. 수출 비중은 더 극적이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 수출액은 38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수출 비중이 더 높아졌다. 1분기 해외 매출은 104억원으로 역대 최다 실적인데 국내 매출은 7억원에 불과했다. 외화벌이에 날개가 달렸다는 말이다.
마이크로니들 원천기술 발군
2009년 설립된 비올은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활용해 고주파 피부 미용기기를 제작하는 의료기기 업체다. 사명인 비올은 ‘Victory of Life’의 준말.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창업 초창기 조직 처치 장치, 두피 치료 방법, 피부 치료 방법 등 다양한 특허를 취득했고 2018년에는 무역의 날 5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기술력은 인정받았다. 다만 외형 성장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그러다 2019년 이상진 현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기업 체질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새로운 경영진은 무엇보다 해외 현지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려면 아무리 제품이 뛰어나도 미국 FDA 등 해외 기관에서 인증을 받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 제품인 스칼렛과 실펌X는 다년간 최고의 연구진이 노력해 만든 제품인데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다양한 임상 연구와 학술 발표가 필요했다”며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해오면서 자료가 축적되자 마침내 마이크로니들 고주파 원천기술로 미국 FDA 승인, 유럽 CE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시기가 2020년이다.
이때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비올 제품이 신뢰를 얻게 됐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비약적인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평소 큰맘 먹고 해야 할 미용 의료시술을 ‘이 시기에 해버리자’라는 수요가 증가한 것도 요인이다. 엔데믹 후에도 외모에 대한 관심도 증가, 인구 고령화에 따른 항노화, 남성의 미용 의료시술 수요 증가 등이 계속되면서 비올 실적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 비올은 전 세계 60여개국 대리점과 국내 병의원, 일반 소비자를 고객층으로 두고 있다. 특히 주력 수출 국가인 북미권에서 의료기기 수요가 폭발하면서 비올 실적도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참고로 글로벌 미용 의료기기 시장은 2021년 약 150억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10.7%로 성장해 2030년이면 약 389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프리시던스리서치 자료).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인증을 받아 중국 수출길에 청신호가 켜졌다. 김성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실펌X가 최근 중국 NMPA(국가약품감독관리국) 승인을 받으면서 올해 중국 수출 매출이 본격적으로 잡힐 것”이라며 “2022년에 이미 중국 시후안제약그룹과 실펌X 관련 5년간 18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해놓은 것만 실제 수출로 잡혀도 올해 중국 매출은 의미 있는 성장성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의 올해 비올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57.2% 증가한 668억원, 영업이익은 68.9% 증가한 377억원이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소모품 매출 비중 늘어
통상 성장하는 의료기기 사업 모델을 따져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제품이 기술 경쟁력이 남달라 여타 경쟁사보다 제값을 받고 팔리는 빈도가 높다거나, 아니면 한번 팔아놓은 제품에 들어가는 소모품 사용 빈도가 높으면 좋다.
비올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 일단 주력 제품인 ‘실펌X’만 봐도 마이크로니들(잠깐용어 참조) 기반 고주파(RF) 의료기기로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기술은 미세한 바늘로 피부를 찌르고 거기에 고주파를 피부 안 속 진피층까지 도달시키는 방식이다. 처진 피부가 고민인 이들에게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원천 관련 기술 특허만 51개(국내 16개, 해외 235개)에 달한다. 또 SCI급 논문을 포함해 27종의 논문으로 제품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제품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장 선도자 입장에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비올의 기술력은 최근 있었던 특허 소송 승소에서도 입증된다. 비올은 원천기술을 여타 기업이 도용했다는 이유로 국내외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건마다 계속 승소하면서 관련 합의금이 회사 측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유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영업이익률이 50%를 돌파한 이유 중 하나는 마이크로니들RF 원천기술 관련 소송에서 1차 합의금 수령이 일부 인식된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소모품 매출 비중이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통상 미용 의료기기는 시술할 때 해당 의료기기 전용 소모품을 꼭 쓴다. 이를 업계 용어로 팁이라고 표현한다. 공급 대수가 많으면 팁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비올의 마이크로니들RF 제품에는 손으로 조작하는 핸드피스가 있다. 이때 팁이라 칭하는 소모품을 갖다 붙여야 시술이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팁은 3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지름의 금 도금 바늘로 만들어진다. 마이크로니들로 피부에 미세하게 상처를 내 피부 상태와 증상에 따라 원하는 피부층을 정확하게 겨냥한 시술이 가능하고, 피부층 깊은 곳까지 고주파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어 피부 개선 효과가 기존 방식 대비 우수하다 보니 안 쓸 수 없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의료기기 제품보다는 소모품 팁의 제조원가가 낮다. 따라서 팁 매출이 늘어나면 영업이익률은 더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비올의 소모품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36.2%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약점은 없나
해외 인지도 낮아
물론 비올도 급성장하고 있지만 클래시스, 원텍 등 여타 의료기기 대비해서는 아직 외형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은 숙제다. 물론 이익률을 좀 더 높이면 M&A를 할 수 있는 체급이 될 수는 있다. 다만 시너지 효과가 날 만한 주변 업계 회사들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거액에 인수하면서 선택의 폭이 적어졌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또 미용기기 후발 주자 인식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최근에서야 중국 수출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지만 북미, 유럽 외 지역 진출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증권가에서 꾸준히 지적받는 내용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군이 마이크로니들 고주파 장비에 한정돼 있다는 점은 스스로도 약점으로 본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올은 최근(6월) 비침습 고주파 제품인 셀리뉴를 내놨고, 올해 하반기에 HIFU(잠깐용어 참조) 제품인 듀오타이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피부미용 의료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추고,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종합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잠깐용어
*마이크로니들 미세바늘이라는 뜻. 수백 마이크로니들은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1 정도로 이를 통해 백신이나 의약품을 투여하는 약물전달 시스템을 통칭한다.
*HIFU(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 고강도의 초음파를 열로 전환시켜 피부 속 근막층(SMAS)에 조사함으로써 피부조직을 수축시키고 콜라겐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 피하지방을 지나 그 아래에 있는 근막층을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하지방층의 지방을 녹이는 역할도 가능.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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