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쓰레기 풍선'에 대북 방송 당분간 매일 실시…"다음 수 없다" 우려도
북한의 기습적인 '쓰레기 풍선' 부양에 군 당국이 39일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당분간 매일 실시할 계획이다. 군은 북한이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 준비를 그만 둘 때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 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군 당국은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보내는 행태를 반복할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었다.
김정은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인 대북 방송은 한국이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대북 방송 재개에 북한이 격한 반응을 보일 경우 마땅한 다음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합동참모본부는 "어제 북한군의 쓰레기 풍선 부양(에 비례하는 규모로) 오늘 16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 시행하고 있다"며 "북한군이 또다시 쓰레기 풍선 살포 행위를 포함해 각종 도발을 자행한다면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 등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할 경우 대북 방송을 일회성이 아닌 상시로 틀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군 당국은 "북한의 풍선 살포가 계속될 경우 대북 방송 이외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전날인 18일 저녁부터 19일 새벽까지 쓰레기 풍선을 띄웠다. 지난 5월 28일 처음 '오물 풍선'을 보낸 이후 여덟 번째 풍선 살포다. 이에 군 당국은 대북 방송을 재개하면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다"며 "이런 비열한 방식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날 한국 지역 라디오에서도 송출된 대북 방송 '자유의 소리'에는 지난해 11월 한국으로 망명한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 참사관과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매설 작업에 동원된 북한군 소식, 그리고 한국 대중가요 등 김정은 정권이 민감하게 반응할 내용이 적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 9~10일 네 번째 풍선을 보냈을 때 군은 대북 방송을 재개하지 않았다. 풍선에 실린 내용물이 담배꽁초, 인분 등에서 폐지, 비닐 등으로 바뀌고 살포 개수가 적어지는 등 수위가 낮아졌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었다.
이번에도 북한군의 쓰레기 풍선 수위는 낮은 편이었다. 풍향 탓에 북한이 띄운 200여개 풍선 중 40여개만 경기 북부 지역에 떨어졌고, 내용물도 종이류였다. 그런데도 군은 대북 방송을 재개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군 당국의 대응을 두고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군 소식통은 "이런 식이면 북한의 행태를 바로잡지 못한다"며 "오히려 추가 도발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다음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북한이 '오물 풍선'처럼 허를 찌르는 새로운 형태의 저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군이 취할 수 있는 카드가 대북 방송 말곤 없다"며 "스피커를 더 세게 튼다고 해서 효과를 얻는 게 아닌 만큼 보다 다양하고 효과적인 심리전 수단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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