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충격 폭로 "20년 전 외국인 감독 자르고, 자리 탐내는 사람 많았다"…'지금과 똑같네!' 시청자 탄식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난맥상으로 대한민국이 들끓는 가운데 월드컵 두 대회에서 연속으로 골을 넣은 안정환 해설위원이 동료 축구인들과의 대화에서 과거 외국인 대표팀 감독을 국내 축구인들이 흔들었던 사연을 공개했다.
안정환 위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개인 동영상 채널을 통해 방송물 하나를 올렸다. 제목은 '영광아 억울해하지 마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고 다 알게 될 거야'였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역시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영광이 등장했다.
그리고 김영광과 선수 생활을 같이 한 뒤 성남FC에선 선수와 감독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김남일 전 감독, 그리고 은퇴 후 축구 셀러브리티로 활동하고 있는 조원희 해설위원 등도 나타났다.
화제가 재밌었다. 무려 20년 전 대표팀 얘기로 거슬러 올라갔기 때문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낸 한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물러난 뒤 포르투갈 출신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이 부임했으나 2003년 아시안컵 예선에서 베트남과 오만에 연달아 지는 등 망신을 당한 끝에 2004년 초 경질됐다. 이어 같은 해 4월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새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1996 애틀랜타 하계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를 아프리카 국가로는 사상 첫 금메달로 이끌면서 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 행적은 미미했고 한국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게 국내 축구인들에게 약점으로 잡힌 것이다. 결국 본프레레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친 뒤 해임됐다. 특히 2005년 여름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의 성적 부진, 그리고 이어 열린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홈 경기 패배 등이 결정타였다.
본프레레 감독이 물러나고 2005년 9월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와서 이듬해 독일 월드컵 본선까지 태극전사들과 호흡하고 물러났다. 한국은 독일 월드컵에서 토고를 2-1로 이겨 사상 첫 원정 월드컵 승리를 챙겼고, 프랑스와 1-1로 비기면서 기세를 높였으나 스위스에 0-2로 완패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안정환이 회상한 때는 본프레레 감독 시절이었다. 안정환이 보기에도 당시 대표팀이 너무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안정환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사람들은 본프레레 감독 커리어가 다른 감독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확실하진 않지만 그 때 본프레레를 어떻게든 자르고 감독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내부 분위기를 폭로했다.
그러자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안정환과 4강 신화를 같이 맛 봤고 독일 월드컵에도 같이 갔던 김남일도 거들었다. 김남일은 "그 때 어떤 느낌이었냐면, 감독이 2명이었다"며 본프레레 감독 말고도 선수단 운영에 간섭한 인물이 있었음을 알렸다. 이어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를 들락날락했던 김영광은 아쉬움을 전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한일 월드컵 주전이었던 이운재의 컨디션을 확신하지 못해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자신을 문지기로 기용하려고 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이뤄지지 않았다. 김영광은 "사우디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고 본프레레 감독이 경질됐다"고 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초라했던 외국인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휘하 사단을 거느리고 온 것도 아니고 거의 혈혈단신 한국에 와서 선수들과 호흡했기 때문이다. 오자마자 "3골을 먹으면 4골 넣는 축구를 하겠다"며 호쾌한 공격 축구를 외쳤다. 부임 직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뒤 8강에 올랐으나 이란에 3-4로 패하면서 탈락했다.
이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에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모두 패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에 성공했으나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아래 독일에 가보지도 못하고 떨어졌다. 이후 한국에 대한 복수심 때문인지 한국의 독일 월드컵 첫 경기 상대인 토고 대표팀을 돕겠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본선 직전 뒤숭숭했던 토고 대표팀 감독으로 전격 취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있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서 사라진 뒤 초라한 지도자 생활을 했다. 다렌 등 중국 프로팀을 전전하다가 자연스럽게 은퇴했따.
본프레레 감독을 끌어내리고자 했던 국내 축구인들의 행태는, 어떻게 보면 20년 뒤 지금의 한국 축구, 대한축구협회 행정하고도 비슷하다. 새 대표팀 감독을 뽑는 과정에서 괜찮은 외국인 후보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탈락하고, 한국 지도자 홍명보 전 울산 감독이 취임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해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을 맡아 감독 선임 과정에 관여한 박주호는 홍 감독 선임 발표 직후인 지난 8일 자신의 동영상 채널을 통해 전력강화위 파행 운영을 내부고발하며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컸다고 폭로했다.
이후 이영표와 이천수, 박지성, 이동국, 조원희 등 유럽에서 뛰었던 선수들 위주로 대한축구협회 비판과 함께 박주호 지지 선언이 이어갔고, 19일엔 현역인 구자철 전 대표팀 주장까지 축구협회 질타에 가세했다.
특히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거취 결정 압박,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도중 하차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평소와 다른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이번 사태에 격분하고 있음을 알렸다.
사진=안정환 동영상채널,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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