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터진 코미디 '핸섬가이즈' 감독 "40대 독거 노총각인 제 삶 투영했죠"

나원정 2024. 7. 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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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 140만 흥행
신인 감독 남동협 코미디 외길
"'총알탄 사나이'로 조기 교육
'핸섬가이즈' 2편도 꿈꾸죠"
흥행 순항 중인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는 남동협 감독의 입봉작이다. 차기작도 코미디로 준비 중이라는 그는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웃을 일 많지 않은 요즘, 큰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NEW

신인 감독의 ‘듣보(듣도 보도 못한)’ 데뷔작이 반전 흥행중이다. 남동협(46) 감독이 연출한 B급 코미디 ‘핸섬가이즈’가 개봉 23일 만에 누적 14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여름 손익분기점(BEP, 110만 명)을 넘긴 첫 한국영화다.
험상궂은 외모 탓에 원치 않게 연쇄 사망 사고에 휘말리는 목수 재필(이성민)‧상구(이희준)를 주인공으로,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스플래터 호러(잔혹한 묘사에 유머를 버무린 공포 영화)에 흑염소 악귀가 들린 집이라는 오컬트 소재를 가미했다. 원작인 캐나다 영화 ‘터커 & 데일 vs 데빌’(2010)을 재밌게 본 남 감독이 직접 각본을 겸해 리메이크했다.
낯선 웃음 스타일에 “생각보다 잔인하다” “죽음을 코믹화해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오지만 “예상외로 재밌어서 스트레스가 풀렸다.” “호러 코미디의 새 지평”이란 호응이 더 많다.


"감독이 ADHD? 제일 인상적인 리뷰"


“‘감독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같다’는 리뷰 댓글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산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좋게 해석하면 예측할 수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영화로 비친 것 같아 기억에 남았죠.”
19일 본지와 통화에서 남 감독은 “영화 상영 후 무대인사를 가면 팬 미팅처럼 환대해주신다”며 “다행이고,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여름 극장가에서 ‘핸섬가이즈’는 최약체로 꼽혔다. 비주류 장르인 데다, 코로나 19로 인해 개봉이 3년 가량 밀린 이른바 ‘창고영화’여서다.
분위기는 언론‧배급 시사부터 바뀌었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해낸 연출자의 뚝심이 돋보인다는 점에서다. 올 초 이례적인 돌풍을 일으킨 ‘파묘’처럼 말이다. 동료 영화인들도 호응했다. 배우 정우성은 “골 때리는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봤더니 진짜 골 때리더라”며 관객과의 대화(GV)에 동참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남동협 "40대 독거 노총각인 제 삶 투영"


“은근히 욕 같으면서도 가장 기분 좋았던 반응은 ‘너 같은 영화가 나왔다’는 거였죠. 40대 독거 노총각인 제 삶이 많이 투영됐거든요.”(남동협)
“우리가 뭐 빠지는 게 있노?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인물도 훤한데” 하는 재필의 명대사도 무명시절을 함께 버틴 지인들과 술자리 대화에서 탄생했다. “같이 감독 준비해온 동생‧형들과 ‘네가 감독만 해봐라. 다 씹어 묵을 거다’ 하고 서로를 '가스라이팅' 하면서 위로해준 데서 나왔죠. 표준말로 썼던 시나리오도 경북 출신 주연 배우들이 확정되면서 마산(현 창원)이 고향인 제 원래 말투를 살려 사투리로 바꿨습니다.”
영화 '핸섬가이즈'는 기존의 묵직한 이미지를 벗은 배우 이희준(왼쪽부터), 이성민의 반전 코믹 연기가 입소문을 탔다. 상구(이희준)의 반려견 봉구마저 웃음에 한몫했다. 봉구가 허공에 점프해 이희준과 엉덩이를 부딪치는 춤 장면은, 봉구 역 강아지 ‘복순’이 평소 장기를 즉석에서 발휘하며 시나리오에 없던 명장면을 빚었다. 사진 NEW
‘핸섬가이즈’는 순제작비 50억원으로, 상업영화로는 저예산이다. 각종 아이디어로 빠듯한 예산을 채워냈다.
주 무대인 재필‧상구의 산장을 부산 기장의 아홉산 숲에 지어 로케이션 촬영을 최소화했고(촬영 직후 철거했다), 추억의 팝송을 연상케 하는 이희준 설거지 댄스 신의 음악도 사용료가 비싼 기존 곡을 쓰지 않고 김지혜 음악감독이 직접 레트로풍 디스코 음악을 딱 맞게 만들어 넣었다.

"분쇄기 뛰어드는 장면, 배우가 직접 점프"


디즈니+ 드라마 '무빙'에서 모범생 반장 역할을 맡았던 배우 김도훈이 영화 '핸섬가이즈'에선 숲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대학생 역할로 활약했다. 사진 NEW
남 감독은 “장편치곤 출연진도 적다. 봉구(상구의 반려견)까지 총 캐릭터가 열 여섯이다. 죽은 캐릭터도 되살리고, (좀비‧악령으로) 부활시켜 알차게 활용했다”면서 “분쇄기‧나무화단 등에 뛰어드는 장면도 컴퓨터그래픽(CG)에 의존하는 대신, 안전장치를 갖추고 카메라 트릭을 동원해 배우들이 몸소 소화했다”고 했다. 콘티를 치밀하게 짜서 불필요한 장면을 최대한 덜고 배우 없이 주요 스태프와 촬영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렸다. 전체 촬영을 43회차(장편 기준, 통상 50~100회차)로 마친 비결이다.
“코미디에 열정 있는 배우들, 안 해본 영화를 반긴 스태프들이 늘 시나리오 이상의 것을 준비해와 저는 묻어갈 수 있었죠. 감독으로서 큰 복을 받았습니다.”

보증금 500, 월 30 반지하 방 동지들 감독 데뷔


어릴 적 맞벌이 부모님 대신 동생 손을 잡고 극장에서 강시‧홍길동 영화를 보고,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며 특히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는 그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진로를 영화감독으로 정했다. “1980~90년대 열광하며 봤던 ‘총알탄 사나이’‘못 말리는 람보’ 시리즈 등의 오마주를 ‘핸섬가이즈’에도 담았죠. '주말의 명화'(MBC) '토요명화'(KBS 2TV)에 틀어준 코미디 영화를 비디오에 녹화해 계속 돌려본 기억과 정서가 제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아요."
“잘생긴 배우들이 못생긴 척하는 영화”라는 지적도 있다. 남 감독은 “저나 배우들도 감안했던 부분”이라며 “충분히 잘생긴 배우들이지만, 꽃미남 계열은 또 아니지 않나.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이 제일 중요했다. 영화를 통해 의도는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NEW
영화 '상류사회''머니백''티끌모아 로맨스''베스트셀러' 등 오랜 조감독 생활 끝에 “목숨 건 데뷔작”을 선보인 심경은 “더 지나봐야 정리될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상명대 천안캠퍼스 영화과) 졸업 후 갓 상경해 영화사가 모여있던 서울 삼성동 반지하 방에 자취하던 시절을 문득 떠올렸다. “대학 3년을 같이 자취했던 친구와 같이 강남에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반지하를 구했죠. 동병상련이 많았는데 그 친구도 마침 최근에 드라마 (단독 연출) 데뷔를 해서 요즘 2배로 기쁩니다.”
JTBC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 김영환 감독 얘기다. “친구끼리 닮은 B급 코드 영화‧드라마로 나란히 호응을 얻었다”고 남 감독은 뿌듯하게 말했다. 현실판 재필과 상구 같은 27년 지기 우정이다.

"'핸섬가이즈' 2탄은 세계관 확장"


‘핸섬가이즈’의 개봉이 지연되는 동안, 같은 제작사와 차기 코미디도 준비해왔다는 남 감독은 배우들과 2탄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핸섬가이즈’는 올 초 ‘서울의 봄’으로 천만 흥행을 터뜨린 영화사 하이브미디어코브가 제작했다. “2편은 1편보다 좀 더 세계관을 열어 놓고 확장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열린 마음으로, 더 재밌게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영화 '핸섬가이즈' 홀리 포스터. 캐나다 원작과 달리 한국판에 가미된 오컬트 설정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다. 사진 NEW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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