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실리 축구, 스페인-독일 경기로 보는 감독 역량

박시인 2024. 7.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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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24 결산 ③] 강팀들의 극심한 부진에 혹평 이어져

[박시인 기자]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라민 야말이 10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UEFA 유로 2024 4강전에서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31일 동안 총 51경기가 펼쳐진 유로 2024가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실리적인 경기 운영의 색채를 드러낸 팀들이 많았다. 또, 선수 교체와 감독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됐다. 유로 2024를 통해 나타난 전술적 흐름을 정리했다. 

대세는 실리 축구, 평균 득점 감소로 이어지다 

지난 유로 2020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142골(경기당 2.78골)이 터졌다. 이에 반해 이번 유로 2024에서는 117골(경기당 평균 2.29골)로 무려 25득점이 감소했다.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대회였다는 혹평이 뒤따랐던 유로 2016(2.12골)보다 근소하게 높은 수치였다. 

스페인·독일을 제외한 강팀들의 득점력은 매우 저조했고, 공격력은 답답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가장 주목했다. 두 팀은 우승 배당률에서 1, 2순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은 지나치게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화려한 선수진을 갖추고도 내용보다는 결과와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을 운용했다. 공격 상황에서 세부 전술 부족과 개인 역량에 의존하면서 적게 득점하고 적게 실점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프랑스는 6경기 동안 필드골이 1개에 불과할 만큼 실망스러웠다. 잉글랜드도 위기 순간마다 해리 케인, 주드 벨링엄, 부카요 사카의 한 방으로 버텨낼 뿐 시원스러운 경기력을 지속하지 못했다. 강호들의 경기력 부진이 장기화되다 보니 축구 팬들은 전체적으로 이번 유로 2024를 통해 지루함과 답답함을 느꼈다.

이밖에 언더독 팀들은 백스리 포메이션을 내세우며, 수비 시 라인을 내리고 5명을 후방에 배치하는 데 주력했다. 대회 내내 양 팀이 치고받는 경기가 매우 드물었다. 한쪽은 수비, 한쪽은 공격하는 이분화된 경기 양상이 대부분이었다. 

강팀들은 밀집 수비를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당 평균 점유율 1위(64.8%)를 기록한 포르투갈은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16, 8강전에서 모두 무득점에 그치며 빈약한 공격력으로 일관했고, 결국 8강을 넘지 못했다.  

언더독들의 이러한 수비 지향적인 전술이 조별리그에서는 어느 정도 통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튀르키예의 8강 진출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올라올 만한 강팀들이 높은 단계까지 살아남았다. 강팀이 마음먹고 수비에 치중하면 약팀이 골을 넣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감독 역량과 선수 교체의 중요성
 
 유로 2024, 프랑스 음바페
ⓒ AP / 연합뉴스
 
최근 현대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감독의 역량이 부족한 팀들의 결말은 새드 엔딩이었다. 앞서 언급한 잉글랜드,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포르투갈은 외국인 감독인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를 선임한 것이 패착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가 16강에서 탈락한 주요 원인으로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의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 기용을 꼽을 수 있다. 

스페인과 독일은 유능한 지도자를 선임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사례다. 스페인은 인지도가 없는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을 선임해 화제를 모았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한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과감한 기용과 기존의 점유율 축구에 실리를 더하는 유연성을 발휘하며 스페인의 통산 4회 우승을 견인했다. 

독일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뒤 짧은 시간 동안 단단한 조직력을 구축, 8강에서 우승팀 스페인에 패하며 탈락했지만 전차군단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지아의 윌리 사뇰, 스위스의 무라트 야킨, 오스트리아의 랄프 랑닉 감독은 뛰어난 지도력으로 조별리그에서 작은 돌풍을 일으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처녀 출전해 선전을 펼친 알바니아의 실비뉴도 마찬가지다. 

경기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과 선수 교체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유로 2024였다. 현대 축구는 많은 활동량과 피지컬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선수 교체가 3장에서 5장으로 확대됨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통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조별리그 36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터진 10득점이 모두 교체 선수들로부터 나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대회 도중 백포에서 백스리로 바꾼 뒤 정발이 아닌 키어런 트리피어와 부카요 사카를 좌우 윙백에 배치하는 이색 전술로 경기력을 조금씩 향상시켰다. 그리고 4강 네덜란드전에서는 에이스 케인를 과감하게 빼는 파격수를 던졌는데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케인을 대신해 후반에 들어간 올리 왓킨스는 종료 직전 환상적인 터닝슛으로 결승 골을 터뜨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의 용병술도 돋보였다. 8강 독일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한 미켈 메리노가 연장 후반 결승 골을 기록했으며, 잉글랜드와의 결승전에서는 미켈 오야르사발이 후반 조커로 나서며 결승 골을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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