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엔비디아, 2~3년 안에는 무너지지 않을 것”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9일 엔비디아에 대해 “아주 짧은 미래, 2~3년 안에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의 ‘인공지능(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 토크쇼에서 “(엔비디아가) 중요한 고객이다 보니 저희도 연구를 많이 하는데, 3년 안에는 솔직히 적수가 거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여기에 많은 요인이 있는데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그래픽을 다루는 것이 AI 연산과 거의 똑같은 얘기가 되고, 엔비디아가 이를 더 쉽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상당히 많이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칩을 비슷하게 만들어도 그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한순간에 만들 방법이 없다”며 “2~3년간은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좋기 때문에 무너지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2~3년 후에 무너질 가능성은 몇 가지 있다고 봤다. 그는 “AI로 돈을 벌어내는 모델이 뭔지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의 엔비디아 세상이 아니라 다른 형태 칩이 필요해서 현재 엔비디아가 가진 장점이 무너질 공산이 그다음부터는 깔린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를) 누가 깰 수 있느냐 하면 누구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데 엔비디아 칩을 쓰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이 엔비디아의 비싼 칩을 쓰기보다 자기 칩을 쓰고 싶어 하는 요구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의 경쟁력이 얼마나 올라오느냐에 따라 엔비디아가 부서질 수 있고 엔비디아 경쟁자인 AMD, 암(Arm) 등이 칩을 잘 만들뿐 아니라 싸게 만들면 엔비디아 모델도 부서질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최근 AI 열풍을 19세기에 금광을 캐려고 사람들이 몰려들던 ‘골드러시’에 비유했다. 그는 “옛날에 골드러시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AI라는 금광을 캐러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다”며 “금을 캐기 위해서는 청바지와 곡괭이 등 필요한 도구가 많은데 골드러시가 생기고 금을 캐서 돈을 벌겠다는 사람보다 청바지와 곡괭이를 파는 사람이 먼저 떴다”고 했다. 곡괭이 판매와 비슷한 일을 지금 엔비디아가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와 비슷하게 저희 전략도 곡괭이를 팔아서 돈을 벌자는 것”이라며 “문제는 금을 캐는 사람이 계속 금을 캐야 곡괭이도 계속 팔 수 있는데 금이 안 나오면 곡괭이도 못 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곡괭이를 팔다가 땅을 더 깊게 파기 위해 불도저를 팔든지 땅을 뚫는 지게를 팔아야 한다”며 “저희 기본 전략은 AI 데이터센터에 에너지까지 붙여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서 금을 캘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면서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날 토크쇼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AI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AI 서비스로 최 대표는 네이버의 업무 협업 툴 ‘네이버웍스’, 최 회장은 SK텔레콤의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꼽았다.
최 대표는 “메일이 많이 오고, 메일이 한국어로만 오면 좋겠지만 영어로도 오고 일본어로도 오는데 요약이나 번역 기능이 잘 되는 AI 서비스가 붙은 협업 툴을 저희가 쓰고 있어서 그 기능을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메일이 오면 그래도 기록이 남는데 통화를 한 뒤에는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잊어버린다”면서 “지금은 통화를 하면 (에이닷이) 통화를 기록으로 담고 이를 다시 문자로 정리해 준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난 다음에도 그 기능을 쓰면 제가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리마인드(상기)를 잘하게 된다”고 전했다.
제주=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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