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명 밖에 없는 억대연봉…"해외에선 '파일럿'입니다" [뉴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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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여기에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직업의 세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4년 도선수습생 선발시험' 최종 합격자 보도가 국내 누리꾼의 관심을 끈 바 있다.
해당 단체들은 훗날 공인 면허 제도의 초석이 됐고, 다른 나라로 널리 퍼지면서 오늘날 도선사라는 전문 직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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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조종 기술로 항구로 배 이끄는 직업
세계 해상 무역의 시작점이자 끝을 담당
편집자주 -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여기에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직업의 세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직장인생의 새로운 도전, 또는 인생 2막에 길을 열어주는 새로운 직업 '뉴 잡스(New Jobs)'의 세계를 알려드립니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4년 도선수습생 선발시험' 최종 합격자 보도가 국내 누리꾼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도선수습생은 도선사 면허 취득 전 실무 수습을 받는 이들로, 도선사는 평균 연봉 1억, 최대 5억까지 받을 수 있는 고임금 전문직으로 알려져 있다.
도선사는 '무역항에 입·출항하는 선박을 안전하게 항로로 안내하는 전문 직업'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단 250여명밖에 없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소수의 전문 인력인 것과는 달리, 도선사라는 직군이 얼마나 유구한 역사를 가졌는지 아는 이들은 드물다.
근대 도선 제도는 15세기에 시작…'파일럿'은 원래 도선사
도선사의 영문 이름은 파일럿(Pilot)이다. 도선 업무를 영어로는 '파일러티지(Pilotage)'라고 한다. 보통 파일럿이라 하면 흔히 항공기 조종사를 떠올리지만, 사실 파일럿의 원래 뜻은 도선사였다. 비행기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조종하는 업무와 선박을 항구로 데려오는 업무 모두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최초의 근대적 도선 제도는 해양 강국 영국이 만들었다. 그 역사는 무려 14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예나 지금이나 거대한 화물선을 좁은 항구까지 인도하는 작업은 극히 위험했으며, 숙련된 조타 능력을 필요로 했다.
영국에선 일찍이 항구 입·출항만 전문적으로 맡는 숙련 조종사 육성의 필요성을 절감했으며, 이에 따라 도선 제도를 창설하고 길드·협회를 조직해 전문성을 인정해 왔다. 해당 단체들은 훗날 공인 면허 제도의 초석이 됐고, 다른 나라로 널리 퍼지면서 오늘날 도선사라는 전문 직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수백년 전부터 전문적인 항해사를 고용해 도선 업무를 맡겨 왔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9세기 일본인 승려 '엔닌'이 기록했다는 '입당구법순례행기'를 보면, 일본 배가 남해안을 거쳐 북안 항로로 갈 때 '향도(向道)'를 한 신라 뱃사람들 일화가 전해진다.
국제 무역의 시작점이자 끝
지구를 둘러싼 바다 환경은 천차만별이며, 각 나라 항구의 입지 조건도 제각각 다르다. 따라서 도선사의 종류도 나라마다 판이하다. 예를 들어 영국 도버해협은 물길이 좁고 선박 통항량이 많아 항구 입·출항 난이도도 악명 높다. 영국 도선사들은 복잡한 해협을 따라 능숙하게 항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이들은 자기 업무를 '딥씨 파일러티지(Deep sea Pilotage)'라 칭한다.
한때 미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미시시피강 유역의 도선사들은 다른 도선사와 차별화된다. 이들은 바다보다 훨씬 얕은 강에서 대형 선박을 운항하며 항구로 향한다. 이 때문에 미국 도선사는 '리버 파일러티지(River Pilotage)'에 능하다.
이 외에도 많은 나라가 각자의 항구 환경에 맞춰 도선사를 육성하고, 등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도선 자격 취득 조건은 매우 엄격하다. 자신이 근무할 항구의 조류, 수심을 꿰뚫고 수준급의 선박 조정 능력이 필요하다. 설령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도선수습생으로 선발됐다고 해도, 6개월간 200회 이상의 실무 실습을 받아야 진짜 도선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도선사 면허는 해수부 장관이 직접 발급한다.
오늘날 해상 무역은 국제 경제의 젖줄이며, 국가 경제의 절반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도선사는 모든 해상 무역의 시작점이자 끝을 맡는 직업이다. 도선사의 높은 연봉은 이들이 평생에 걸쳐 갈고 닦은 전문 기술, 그리고 경제적 중요성에 걸맞은 보상인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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