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하기, 부모 책임도 있습니다
'언어재활사의 말 이야기'는 15년 넘게 언어재활사로 일하며 경험한 이야기들로, 언어치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기자말>
[황명화 기자]
친구들과 가족동반 모임이 있었다. 친구네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이 좀 큰 편이라 상대적으로 내 마음이 조금 가벼웠고, 여유가 있는 데다가 나는 언어재활사니까 자연스럽게 직업병이 발동, '타인의 말하기'를 관찰하게 되었다. 이날 관찰에서는 뜻밖에 친구 아이들의 언어발달 차이를 보게 되었다.
두 친구네 아이가 같은 나이 비슷한 개월수였다. 고작 3~4일 차이 나는 정도. 그런데 두 아이의 말하기 수준은 전혀 달랐다. 왜 그럴까? 이제 21개월 아이의 말하기의 차이가 이렇게 커진 건 뭐 때문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언어재활사 입장으로 볼 때 그건 '양육자의 태도' 때문이다.
한 아기는 엄마, 아빠를 비롯해 물, 과자, 켰다, 가자, 먹어 등등 다양한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추정해 볼 때 아기는 50~100 단어 가량의 단어를 사용해서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 아기는 아직 '어어어어' 하는 초기 옹알이 수준을 보였다.
▲ 다른 기질적 문제가 없는데 아이의 말이 늦다면 현재 아이를 대하고 있는 부모의 양육태도- 말에 대한 반응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 elements.envato |
1박 2일간 함께 지내며 내가 찾아낸 이유는 바로 '아이 말과 행동에 대한 부모의 반응' 차이였다. 아이들의 초기 언어 수준은 비슷하지만 발달하는 과정 중에는 여러 변수로 인해 언어발달 수준에 차이가 생긴다. 이 변수에는 다양한 것이 들어가겠지만, 그중 한 가지가 바로 부모의 반응성이다.
언어발달이 빠른 쪽(아래 A)의 아기 부모들은 아기가 어떤 말을 하면 꼭꼭 '말'로 반응을 해 주었다. 가령 아이가 "물"이라고 말하면 "물~ 그래 물 줄게요~"라고 하며 물을 주는 반면에 다른 쪽은 아이(이하 B)가 "어어어(물을 달라는 표현)" 하면 엄마는 별말 없이 물을 주었다.
물을 먹고 난 후도 A의 부모는 "시원하지~ / 아~ 시원해요 / 맛있었어요?" 등등 언어 자극을 지속적으로 하는데 비해, 물을 줬으니 마신 게 당연하다는 듯 B의 부모는 가만히 있었다.
여러 요인들이 비슷하다면 아이의 말에 대한 이런 부모의 반응 차이가 누적되면서 언어발달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하루하루 일상의 차이가 쌓여서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리라. 배울 땐 '아.. 그렇구나' 했는데 실제로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부모와 아이의 관계-반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언어발달이 늦어 검사를 온 부모들 중에 간혹 '제가 조용해서 말이 좀 없는 편이에요' 하는 부모가 있다. 본인이 말수가 적어서 아이와 말하기 빈도가 적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대목이다.
물론, 대부분의 언어발달 지연의 원인은 부모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 '아이 말에 대한 부모의 반응성'에 따른 차이는 있다. 다른 기질적 문제가 없는데 아이의 말이 늦다면 현재 아이를 대하고 있는 부모의 양육태도- 말에 대한 반응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말이 빠른 편이고 잘하는 건 아이들이 어릴 적 주양육자였던 친정엄마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라포 형성부터 교과서에서 나오는 말하기 촉진법을 거의 다 사용할 줄 아셨기 때문이다. 타고 났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시의 적절하게 언어적 자극과 촉구를 받은 우리 아이들이 말을 빨리 하고 잘하는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아이 말에 반응하기는 꼭 학문으로 배워서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이다. 아이에게 관심을 두고, 같은 시선으로 활동하며 아이의 말에 적절하게 말로 반응하는 과정이 말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어느 영역인들 마찬가지겠지만 말하기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영향은 매우 지대하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의 말하기가 모두 부모의 책임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와 반대로 '가능성'에 대한 얘기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말해주느냐에 따라서 언어발달의 차이가 분명 있다는 걸 기억하시길~!
오늘의 결론은,
자주!
짧게!
반복해서!
아이와 얘기하자.
부모는 아이 앞에서는 수다쟁이가 되어도 좋다. 일상생활에서 양육자가 적절하게 반응을 해주는 자연스러운 언어 촉진이 우리 아이의 언어발달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터랙티브] 윤석열과 임성근, 두 남자의 무리수
- 또 증인선서 거부했다 맘 바꾼 임성근... 오른쪽 뺨 부어오른 전현희
- 다급한 목소리 "여기 밀양역인데요".... 너무 감사합니다
- 삼성전자가 협력사 'ESG 컨설팅'까지 하는 까닭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책임지는 X 하나 없는 대한민국"
- 박진-수미테리 사진 공개한 고민정 "문 정부 탓, 한심한 노릇"
- '반려견 교육은 혼내는 것'? 그 생각이 잘못된 이유
- 저수지 둑 무너져 농가 직격 "양봉 460개 못 써, 영천시 뭐했냐"
- 수미 테리 공소장 '대한민국 관리3'... 윤 정부 숨은 의도 밝혀지나
- 공수처에 휴대전화 비번 알려주고 싶다는 임성근 "근데 기억 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