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굽히지 않은 박주호, 여전히 귀 닫은 축구협회

이준목 2024. 7. 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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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박주호 전 위원에 법적 대응 운운한 축협, 비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이준목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높은 가운데, 축구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주호, 이영표, 박지성, 김영광 등 국가대표를 지낸 젊은 축구인들이 앞장서서 대한축구협회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축구계 원로인 이회택 OB축구회장은 "싸우거나 헐뜯지 말고 축구계 안정을 위해 힘을 합할 때"라며 상반된 목소리를 제시했다.

이회택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A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어느 정도 문제가 있지만, 홍명보 감독은 축구인들로 꾸려진 강화위원회가 뽑은 지도자"라고 주장하며 "박지성, 박주호 등이 여기저기에서 너무 비판하는 소리만 쏟아내고 있다. 선임 과정에서 나온 문제는 시정해야겠지만 지금은 축구인들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이 회장은 후배들의 비판도 나름 일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 회장은 "박지성, 박주호의 발언을 영상 등을 통해 직접 봤다. 잘못된 부분들은 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고쳐지도록 협회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장의 주장은 일단 출범한 홍명보호에게 힘을 실어주자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 회장은 "홍명보 감독이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있지만, 후배들이 마치 나쁜 놈처럼 표현할 정도로 그릇된 사람은 아니다"라고 옹호하며 "일단 감독이 선임됐고 홍 감독도 결국 축구인들이 뽑았다. 이미 선임된 만큼 축구인들은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을 믿고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판하는 후배들도 언젠가는 협회장, 대표팀 감독, 프로팀 감독이 될 재목들이다. 서로 최소한 예의를 지키면서 축구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주장에 대하여 대다수 팬들의 여론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결국 '절차와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론이 났으니 무조건 수용하자', 문제점을 비판하기보다는 일단 뭉쳐서 하나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발상은, 전형적인 기성세대-기득권의 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홍명보 선임 과정에서의 '밀실 행정'을 최초로 폭로한 박주호 tvN 스포츠 해설위원겸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은 "애초에 공정성이 있었다면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박주호 전 위원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이 "국내 감독 선임을 위한 빌드업"이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한 박주호 전 위원은 임시 감독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까지 전강위가 매번 진중한 논의 없이 다수결 투표로 결정되거나 졸속 절차로 진행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공식석상에서 박주호 전 위원은 취재진을 만나 자신의 '축협 내부 고발' 이후의 근황과 자신의 입장에 대하여 밝혔다. 박주호 전 위원은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것에 대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이 정도는 이야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고 설명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박 전 위원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공정성과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상황이었다. (협회에)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거듭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축구협회가 홍명보호 출범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진단을 유보했다.

박주호 전 위원의 일침은 축구협회를 향한 쓴소리임과 동시에, 이회택 회장과 기성세대 축구인들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박주호 전 위원을 비롯한 젊은 축구인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의 공통된 요구는 알고보면 간단하다. 한마디로 '정당한 방식'을 지키라는 것이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 일부 수뇌부가 협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지 말고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것, K리그를 협회의 소모품처럼 취급하지 말라는 것 등이다. 어렵거나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 당연한 상식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회택 회장은 후배 축구인들이 불이익과 위험부담을 감수해가면서 '비판할 용기'를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간과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박주호 전 위원의 폭로가 처음 나왔을 때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압박하다가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철회하기도 했다.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축구인으로서 살아가야만 하는 이들에게, '권력자'인 협회의 심기를 거스르고 척을 져가면서 소신을 드러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자명하다.

축구협회는 박주호 전 위원등 젊은 축구인들의 목소리와 여론의 비판 속에도 여전히 눈과 귀를 닫고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정당한 비판의 목소리가 앞으로 더 늘어나야만 하는 이유다. 지금은 이회택 회장이 생각하는 것처럼 비겁한 침묵이 아니라, 더욱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하나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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