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진짜 사장 대학이 보장하라

김윤수 2024. 7. 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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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대학사업장 집단교섭과 전략조직화를 시작하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고려대분회를 중심으로 대학사업장 1기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덕성여대, 동덕여대, 성신여대, 연세대의 용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습니다. 관리자의 갑질, 근로기준법 위반 등 최소한의 노동권과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일터를 바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용역입찰은 최저가로 낙찰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교섭을 하더라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협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 대학의 개별교섭 과정에서 한 사업장의 힘만으로는 대학의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지부는 2008년 대의원대회에서 산별교섭(집단교섭)과 대학사업장 2기 전략조직화 사업을 결의하였습니다.

대학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의 힘을 확인하다

2007년 성신여대 용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투쟁을 통해 노동조건을 일정 부분 개선하였습니다. 하지만 첫 임단협 체결부터 성신여대의 반노동조합 정서와 용역사를 통한 노조파괴 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용역업체를 변경할 때 용역노동자 전원을 고용승계 하지 않고, 집단해고까지 자행했습니다.

하루아침에 해고된 성신여대 용역노동자들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하였고 14일간의 농성 투쟁 끝에 총장으로부터 직접 고용승계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노동조합, 학생, 사회운동단체, 정당 등의 끊이지 않는 연대가 고용승계 투쟁 승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성신여대분회의 투쟁을 통해 대학 용역노동자 투쟁의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간접고용 구조에서 개별 사업장의 힘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또다시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외치다

성신여대분회의 투쟁 이후, 서울지부는 대학사업장 2기 전략조직화 사업을 준비하였습니다. 당시 대학의 여러 문제 중 가장 심각했던 문제는 열악한 휴게실이었습니다. 대학에게 용역노동자는 아무도 없는 새벽, 일을 마치고 어딘가로 사라지는 유령일 뿐이었습니다. 건물 설계에서 공간 배분에 이르기까지 용역노동자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지하 주차장 한 편, 계단 밑, 화장실 한 칸이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이었습니다. 전기시설이 없어, 밥을 데워 먹지 못해 다 식은 밥을 먹어야만 했습니다. 휴게실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걸고 학생들과 대학 곳곳을 다니며 용역노동자를 만났습니다. 이를 통해 이화여대와 홍익대의 용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첫 집단교섭으로 최저임금을 넘어서다

2010년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용역노동자들의 첫 집단교섭이 시작되었습니다.(용역계약 기간이 다른 덕성여대, 동덕여대, 성신여대는 하반기 집단교섭 진행) 당연히 용역업체들은 개별교섭을 원했고 집단교섭 참석을 거부하였습니다.

대학과 용역업체의 책임 회피에도 불구하고 용역노동자들은 힘차게 투쟁하였습니다. 끝까지 버텼던 연세대는 한 달간 이어진 농성 투쟁 끝에 두 손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대학 용역노동자들은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넘어선 임금과 통일된 단체협약을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49일 점거농성 투쟁, 현장으로 돌아가다

2010년 조직된 홍익대분회는 시기상 집단교섭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집단교섭으로 쟁취해낸 임금과 단체협약을 기준으로 용역업체와 교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홍익대는 2011년 새해 첫날 용역업체 변경과 동시에 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하였습니다.

새해 첫날 출근했더니 다른 사람이 내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고된 용역노동자들은 홍익대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본관 농성을 시작하였습니다. 홍익대에서 벌어진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국적으로 연대와 후원이 이어졌습니다. 49일간의 농성 끝에 홍익대는 집단해고를 철회하였고 용역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서울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대학 사업장 집단교섭 결의대회
ⓒ 공공운수노조
 
집단교섭의 힘으로 대학의 책임을 묻다

첫 집단교섭과 홍익대분회 투쟁으로 대학 용역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 바람이 불었습니다. 경희대, 중앙대, 시립대, 인덕대, 한예종, 광운대, 중앙대, 건국대, 숙명여대 서강대, 서울여대, 카이스트(서울캠퍼스)의 용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렇게 모인 노동자들의 힘은 원청인 대학이 회피하던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대화조차 거부하던 대학과 직접 만나 문제해결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고, 과거에는 대학과 용역업체 간의 계약으로 정해진 틀 안에서 교섭을 하였다면 이제는 교섭 결과에 따라 계약이 변경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다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외치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의 책임 회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섭 결과에 따라 임금 인상이 되어도 용역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거나, 인상된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인원을 줄여 계약하는 등 원청 사용자로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비용 절감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5년간 동결된 식대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교섭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새벽 5시에 출근하는 청소노동자, 24시간 근무하는 경비노동자들은 하루 두 끼의 식사를 일터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월 12만 원인 식대는 한 끼로 계산했을 때 2700원밖에 되지 않아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 하는 형편입니다. 더욱이 최근 물가 대폭 인상되어 반찬 개수를 줄여야만 했습니다.

2010년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요구는 2024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학이 사용자 책임을 제대로 지는 그날까지,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차별 없이 대우받는 그날까지 대학 용역노동자들의 집단교섭 투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윤수씨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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