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정녕 수미 테리 모르나"…文정부 출신 고민정 꺼낸 사진

김효성 2024. 7. 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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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오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미 테리’ 사건이 국내 정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시절 일어난 일”이라며 문책 가능성을 언급하자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반발하면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미 테리(52·한국명 김수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2013~2023년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로 미국 사법당국에 의해 지난 15일(현지시각) 기소됐다. 공소장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요원이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장면 등이 담겨 “안일하게 행동했다”(이종찬 전 국정원장)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론이 불붙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이 한가롭게 전 정부 탓을 하는데, 정녕 윤석열 정부는 수미 테리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미국 CIA 출신 대북전문가 수미 테리 ‘한국 정부 대리 혐의’ 기소 내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뉴욕 남부지검·연합뉴스]


그는 “2022년 8월 윤석열 정권 출범 100일을 맞아 수미 테리는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윤 대통령 외교 정책의 힘찬 출발’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고, 대통령실은 이를 영문 홈페이지에 대대적으로 브리핑했다”며 “수미 테리는 칼럼으로 윤 대통령을 치켜세웠고, 대통령실은 그 내용을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 전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로 갈라치기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수미 테리가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해외 북한이탈주민 관련 다큐멘터리 상영 현장에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이자 21대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지낸 윤건영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현 정부는 하루라도 남 탓을 안 하면 못 견디는 졸렬한 정부 같다”며 “(수미 테리의 활동이) 한국 입장에선 공공외교 측면이 강하고, 미국 입장에선 위법한 측면이 있다. 어느 나라 국익을 우선할 건지는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위원이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 관련 다큐멘터리 상영현장에 참석한 모습.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공개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어 “공소장에 나온 혐의 시기를 보면 박근혜 정부 8건, 문재인 정부 12건, 윤석열 정부 20건이었다”며 “박근혜 정부는 접촉 단계, 문재인 정부는 포섭 단계, 윤석열 정부는 활용 단계로 나뉜다. 세 정부를 거쳐 일종의 정보기관 활동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대립을 조장하면 안 된다”며 “무엇이 국익인지 생각하며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이 반발하는 것은 현 정부가 이 사안을 문재인 정부 핵심에 대한 정치적 공격 도구로 사용할까 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 정부는 각종 재난·사고까지 전임 정부 탓을 하지 않았는가”라며 “청와대 핵심 참모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무리하게 나올 수 있어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로 선임된 윤건영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에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 역량이 약화된 점을 파악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것이지 전임 정부를 탓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 정보당국이 수집한 사진과 증거는 문재인 정부 동안인 2019~2021년 집중돼 있다”며 “수미 테리에게 명품백을 주다가 사진이 찍힌 국정원 요원은 서훈 전 국정원장 라인”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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