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에 휴대전화 비번 알려주고 싶다는 임성근 "근데 기억 안 나"

복건우 2024. 7. 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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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난달 청문회와 같은 말 되풀이 한 임성근·이종섭·임기훈

[복건우, 남소연 기자]

▲ 선서 거부한 임성근 전 사단장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 남소연
 
또다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증인 선서는 했으나 대통령 통화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른바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국가 안보 사안이라고 주장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서 세 사람이 보여준 입장은 지난달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이날 청문회의 주된 검증 대상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고리였다.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 공익제보자 김규현 변호사는 의원들 요청에 따라 청문회 증인이 되기를 자처했다. 

"증언하되 선서 거부" 임성근 새 휴대폰 제출
 
▲ 청문회 증인 선서 거부 사유 설명하는 임성근 전 사단장 ⓒ 유성호

 
▲ 공수처에 휴대전화 비번 알려주고 싶다는 임성근 "근데 기억 안 나" ⓒ 유성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회의 시작 1시간 뒤 증인 선서가 시작됐다. 증인석에 앉아 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발언대로 걸어 나와 오른손을 치켜들고 대표로 "선서"를 외쳤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이종섭 전 장관, 임기훈 전 비서관이 증인석에서 일어나 박정훈 전 단장의 선서를 받았다. "증언하면서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만일 진술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유일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달 입법청문회에 이어 또다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선거 거부가 증인(임성근)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의 말을 임성근이 "거부하겠다"는 말로 되받았다. 거부 사유를 말하기에 앞서 임 전 사단장은 검은 뿔테 안경을 고쳐 썼고 검은 노트를 펼친 뒤 말을 이어갔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선서 거부 이유를 밝힌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정청래: "선서 거부 자체가 불리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면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증인 선서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 이미지에도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거부하겠습니까."
 
임성근: "거부하겠습니다. 증언은 하되 증인 선서는 거부하겠습니다. (중략) 현재 수사 중인 고발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그릇된 사실관계 및 법리 판단으로 공소 제기를 당할 위험성이 남아있는 상황으로 증언 거부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버티던 임 전 사단장은 이날 오후 2시 속개된 청문회에서 결국 맘을 바꿔 증인 선서를 했다. 

오전 질의에서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임 전 사단장과 이종섭 전 장관, 임기훈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잇달아 불러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압수수색 당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새 휴대전화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전 장관은 지난달과 달리 증인 선서는 했으나 대통령실 전화(02-800-7070)가 수사외압 의혹의 "쟁점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 격노 여부가 "국가 안보 사항"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박균택: "공수처에 비밀번호를 알려줄 의사가 있냐 이 말입니다."
임성근: "있습니다. 그런데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균택: "전화(02-800-7070) 회선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까."
이종섭: "대통령이든 참모든 누구와 통화했는지 밝히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박균택: "대통령 격노 여부 지금도 밝힐 계획 없으십니까."
임기훈: "제 입장은 변함 없습니다. 대통령 관련 사항은 국가 안보입니다."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같은 답변 되풀이 한 임성근·이종섭·임기훈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사실관계 확인을 두고 이종섭 전 장관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일 그와 세 차례 통화한 것(낮 12시 7분, 12시 43분, 12시 57분)을 둘러싼 충돌이었다. 서영교 의원은 "전화 내용을 밝힐 수 없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지적했고, 이종섭 전 장관은 "수사 지시 뒤 전화를 받았으니 관계 없다"고 답했다.
 
서영교: "대통령이 전화했는지 밝힐 수 없다, 대통령이 전화한 게 다 밝혀지니까 무슨 내용인지 밝힐 수 없다, 밝히지 못하는 사람이 범인이에요."
이종섭: "아닙니다. 선후관계를 말씀드리면 제가 수사 지시를 하고 인사조치를 검토한 뒤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전화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법사위는 지난달에 이어 임성근 전 사단장, 이종섭 전 장관, 임기훈 전 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다시 불러냈지만, 이들의 답변은 지난달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회의 시작 2시간 만인 낮 12시경 정회가 선포되고 모두가 빠져나간 증인석에 임성근 전 사단장은 우두커니 서서 회의실을 한참 바라봤다. 

이날 오전 청문회에는 그 밖에도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노규호 전 경북경찰청 수사부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김경호·김규현·김정민 변호사, 구용회 CBS 논설위원은 참고인으로 자리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은 오후 2시부터, 박상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이 오후 8시부터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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