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관식…"미국 전체를 위한 대통령될 것"(종합)

조슬기나 2024. 7. 1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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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후보 수락 연설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Once Again)."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직을 공식 수락,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직후 치러진 이번 주 공화당 전당대회는 사실상 ‘트럼프 대관식’이나 마찬가지였다는 평가다. 귀에 붕대를 붙인 채 연단에 선 그는 미국의 ‘통합’을 강조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 등으로 요약되는 ‘자국 우선주의’를 선포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밤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함께 일어나거나, 아니면 무너질 것"이라며 "나는 미국 전체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다. 미국의 절반이 아니다. 미국 절반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당대회 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돼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서는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 중 피격당한 이후 그가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발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날 연단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의 희생자인 코리 콤퍼라토레가 생전 의용소방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착용한 소방관 재킷 등과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연설 도중 묵념하는가 하면 헬멧에 키스하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는 피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통합’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 일환으로 분석된다. 당초 이날 수락 연설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에 집중됐으나 피격 직후 폐기돼 통합을 주제로 재작성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사회에서 불화와 분열은 치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의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피격 사건을 계기로 대선 레이스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연사들이 이전과 달리 2020년 부정선거와 같은 음모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 정치 폭력과 분열을 둘러싼 자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이 과격 발언을 줄임으로써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습 이후 통합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온건파·여성에게 좀 더 수용 가능한 후보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정책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쇠퇴하는 국가"라며 "삶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들고, 가계 소득을 황폐화하고, 국민을 짓밟는 인플레이션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나 때는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며 치솟은 인플레이션 책임을 바이든 행정부에 돌렸다. 아울러 전기차 육성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을 "무의미한 신종 녹색 사기(green new scam)"라고 깎아내리며 "인플레이션 위기를 부추기는 터무니 없는 세금 낭비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치적 독립성과 별개로 이 자리에서 금리 인하 방침도 예고했다.

대외적으로는 과거 두 차례 도전과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편적 관세, 한국을 비롯한 동맹들에 안보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안, 불법이민 및 범죄에 대한 강경한 대응 등 기존의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는 앞서 "더 이상 무임승차는 없다"는 J.D. 밴스 부통령 후보의 전날 연설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려면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간단한 공식은 엄청난 수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우리는 다시 자동차 산업을 장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산 고율관세 등 관세장벽과 함께 멕시코, 중국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지에서 자동차 생산공장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조치함으로써 자국 내 일자리를 되살리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경 정책과 관련해서는 "취임 첫날에 남부 국경을 봉쇄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추방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나는 그들과 잘 지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었다"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날 그리워할 것"이라며 유대감을 과시했다. 아울러 "우리의 반대자들(민주당)은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받았지만 그것을 전쟁의 세계로 바꿔버렸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의 책임도 조 바이든 행정부에 돌렸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90분이 지난 후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미국을 다시 매우 빠르게,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후보 수락 연설을 마무리했다. 당원들은 일제히 박수로 환호했고 지난 사흘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멜라니아 트럼프도 무대 위에 올랐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뒤따라 무대에 등장했고, 행사장 천정에서는 빨간색, 파란색, 흰색 등 풍선 10만여개가 쏟아져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15~18일) 내내 귀에 붕대를 붙인 채 현장을 찾으며 건재함을 보여줬다. 밤까지 90분 이상 이어지는 연설에서도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고령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경쟁자 바이든 대통령이 유세를 재개하자마자 코로나19에 재확진돼 격리 중인 현 상황과 대조적이다.

피습 사건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위가 더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 CBS 방송과 유고브가 16~18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2%로 바이든 대통령(47%)을 5%포인트 앞섰다. 이는 지난 3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범위 내 2%포인트 앞섰던 것에서 우위를 확대한 것이다.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등 경합주만 놓고 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로 바이든 대통령(48%)에 앞섰다.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게 됐다는 응답자도 26%를 나타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세계 각국도 이에 대비하기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NYT는 주요국들의 행보를 주목하며 한국의 경우 방위비 분담 요구에 대비해 주한미군 비용 분담 협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고자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무역전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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