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우리는 평등해질 수 있을까
삶의 문제 직면했을때 효과적인 대응 방법
현대사회 가장 심각한 문제 '소득 불평등'
부자는 더 내고 가난한 사람은 보조 받아야
여느 사회현상처럼 경제 분야에서도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첨예하다. 양측은 성장과 번영을 위해서는 자신의 진영 쪽 논리가 옳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필사의 투쟁을 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는 어떻게 인생의 답을 찾는가’를 읽다 보면 이 극단적인 투쟁은 무의미해 보인다. 글쓴이 카우식 바수 코넬대 교수는 "통제하는 국가와 극단적인 자유방임 국가는 완전히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 결과는 매우 유사하다. 둘 다 결국 정실 자본주의로 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시장을 통제했던 러시아와 중국은 역사적으로 늘 심각한 정경유착 병폐를 보였다.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는 미국도 정실 자본주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정 산업의 이익을 대표하는 로비스트들이 의회의 입법 과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총기 사고가 빈발함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결국 진보와 보수 어느 쪽 경제 체제든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극단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 아닐까. 바수 교수는 인간이 결국 자신의 실적과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동기를 지닌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임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시장 참여자를 뜻한다.
바수 교수는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세계적 경제학자다. 인도 델리의 세인트스테판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정치경제대 강의를 듣던 중 그는 경제학과 철학에 큰 흥미를 느꼈고, 2019년 3월 초대받은 코넬대 철학과 토론회에서 이 책을 쓸 수 있는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다. 책의 제목이 철학 서적처럼 지어진 이유다. 실제 책의 앞부분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경제 문제보다는 일상의 삶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에 대처하기 위한 삶의 태도나 철학적 사유들에 대한 내용에 가깝다. 바수 교수는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추론 능력을 키우면 여러 삶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게임이론의 핵심은 나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려고 할 때 상대방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미리 예상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바수 교수는 미국 정부가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지혜롭게 해결했다고 설명한다. 당시 소련이 쿠바에 핵탄두 미사일을 배치하자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보복 타격을 보여주는 이른바 세컨드 스트라이크 전략으로 소련의 쿠바 미사일 철수를 이끌어냈다.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위기 1년 전, 핵전략을 주제로 한 논문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논문의 저자가 게임이론으로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셸링이었다. 현실적인 경제 문제와 해법에 대한 내용은 책의 후반부에 나온다.
바수 교수가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현대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엄청난 소득 불평등이다. 바수 교수는 오늘날 소득 불평등은 너무나 극심해 언젠가 우리 후손들이 오늘날 인류의 극심한 불평등에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 후손들이 받는 충격은 오늘날 우리가 노예제, 계급제, 불가촉천민제도에서 받는 충격과 유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또 빈곤의 원인과 관련해 빈곤은 빠져나올 수 없는 덫으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물림된다는 증거가 충분히 차고넘친다고 진단한다.
바수 교수는 현재의 자산 순위를 바꾸지 않으면서 부의 재분배를 이룰 수 있는 세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평균 소득 이상의 기준점을 정하고 기준점보다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내고, 덜 버는 사람은 보조금을 받는 ‘아코디언’ 세금 도입을 주장한다. 이때 세금 규모는 소득과 기준점 소득의 차액에 0보다 크고 100보다 작은 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바수 교수는 아마존, 우버,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질 경우 이를 비영리 기업으로 전환하는 급진적인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1694년 설립된 영국중앙은행(BOE)이 초기에 1200명이 주식을 보유한 영리 기업으로 출발했다가 비영리 기관으로 바뀌었던 역사적 사례가 있음을 언급한다. 바수 교수는 또 가난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 문제도 성차별이나 인종차별만큼 중요하게 다뤄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손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점에서 알 수 있듯 바수 교수는 인류가 결국 극심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인간의 도덕성을 믿기 때문이다. 그는 마을 연못의 물고기는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모조리 남획될 위험이 있지만 가정용 냉장고의 음식은 모두 사라질 위험이 없다고 말한다. 다른 가족을 배려하는 가족 공동체 내의 규범과 도덕성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지닌 도덕성을 키워나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수 교수는 "발전을 추구하는 개인의 동기가 경제를 작동시키는 연료라면 우리의 도덕성은 경제라는 복잡한 기계가 해체되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핵심 부품"이라고 말한다.
경제학자는 어떻게 인생의 답을 찾는가 | 카우식 바수 지음 | 최은아 옮김 | 인플루엔셜 | 308쪽 | 1만85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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