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일생, 달 탐사 현장서도 구른다
“자동차를 그려봅시다.” 누군가에게 이런 주문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뭐부터 그리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려야만 할 게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바퀴’다. 바퀴 없는 자동차는 없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서는 바퀴 없는 차가 있을 수 있겠으나 지금까지는 바퀴가 없다면 자동차가 아니다.
무거운 철제 이동수단이 정해진 트랙 없이 굴러가려면, 바퀴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바퀴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그저 타이어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철제 휠을 같이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둘 다 있어야만 자동차는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자동차의 바퀴를 구성하는 두 가지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더 친근한 이름은 ‘타이어’다. 오늘도 우리는, 버스로 택시로 자차로 타이어에 발걸음을 내맡겼다. 그런데 우리는, 타이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타이어가 가진 놀라운 장점 중 하나는 무거운 차체를 버텨낸다는 것이다. 타이어가 감당하는 무게를 가늠해보면 이렇다. 국내 중형차 무게는 평균 약 1.5t인데 바퀴 네 개가 이 무게를 나눠진다. 대부분의 승용차는 전륜구동이고, 앞바퀴로 굴러가는 차량은 전륜에 1t(66%), 뒷바퀴에 0.5t(34%)씩 하중을 배분한다. 타이어 한 개가 견뎌야 하는 무게는 약 500㎏에 이른다. 바퀴가 감당하는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무 합성물이 500㎏ 안팎의 철제 구조물 무게를 감당해내는데, 자동차는 과연 안전할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안전성은 적잖이 확인됐다. 대기압보다 높은 공기압을 유지하면 바퀴는 안정성을 확보한다. 과격한 핸들링에도 바퀴가 무리 없이 작동하도록 벨트가 구동된다. 스틸 벨트층은 고속으로 달려도 원하는 방향으로 핸들링이 가능하게 해준다. 이를테면 시속 300㎞로 주행 가능한 슈퍼카에 들어가는 타이어는 초당 50회 이상의 회전도 견딜 수 있다. 차가 잘 나가려면 바퀴가 탄탄해야 한다.
타이어는 가장 고생하는 부품이기도 하다. 언제나 굴러가고, 구르는 만큼 상한다. 타이어의 사이드월(sidewall)은 유독 마모도가 심하다. 1년에 약 2만㎞를 주행하는 중형차가 있다면, 타이어는 약 1000만번 눌렸다 펴진다. 타이어 수명이 5만~6만㎞일 때, 총 2500만~3000만번 구부러졌다 펴지는 걸 반복한다고 했을 때, 사이드월의 마모도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운전자가 차를 등에 업고 1초에 수십번씩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에 기술이 어느 정도 완성됐고, 21세기 초반까지 미세한 업데이트를 해 온 분야가 타이어 기술이다. 전동화 시대의 타이어는 ‘전기차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서 승부수를 가른다. 국내 대표 타이어 제조사인 한국타이어는 전동화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미래 전략을 세웠다. 세계 최초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은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기차는 엔진음이 없어서 달릴 때 공기저항에 따른 바람 소리(풍절음)와 타이어 마찰에 따른 노면 소음이 두드러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소음, 전비, 마일리지, 고하중 등의 조건을 차별화해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보다 수백 ㎏ 무거운 점을 감안했을 때 전기차용 타이어는 더 높은 내마모성, 더 강력한 내구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통적인 타이어 제조사인 미쉐린은 ‘달 탐사용 타이어’ 개발에도 나섰다. 지구 중력 6분의 1에 불과 한 달의 특수한 대기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멈출 수 있는 제동 성능을 구현했다. 공기 주입 없이 차량을 지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구조로 구성돼 바위, 분화구와 같은 지형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주행 중 발생하는 특정 주파수의 소음을 억제시켜 저소음 환경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라며 “출력 전기차의 강력한 순간 토크와 배터리 무게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 타이어의 코너링 강성을 최대 10%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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