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풍선, 참을 만큼 참았다”…39일 만에 재개된 확성기 방송
군 당국이 북한의 8차 풍선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39일 만에 대북 확성기를 틀며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인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의 행태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1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전날(18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새벽 4시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 북한 풍선이 부양하는 시간에 맞춰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합참은 ‘북한 대남 쓰레기풍선 살포’ 관련 입장문을 내 “집중호우로 심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또다시 저급하고 치졸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쓰레기를 살포할 여력이 있다면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도탄에 빠져있는 북한 주민들을 이용만하지 말고 먼저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우리 경고를 무시하고 또다시 이러한 행태를 반복한다면 우리군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통해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이런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와 같은 비열한 방식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확성기 방송은 지난달 9일 이후 39일 만의 일이다. 당시 북한의 3차 풍선 살포 직후 군 당국은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라 중단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다. 이후 4~7차 도발 땐 “방송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렸다”고 경고만 한 채 확성기를 틀지 않았다.
군 당국자는 이날 “그동안 인내하면서 북한에 자숙의 기회를 충분히 준 만큼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7차 오물풍선 살포가 이뤄지던 지난달 27일 군 당국은 "북한이 종이를 넣은 쓰레기 풍선을 계속 보낸다면 우리는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최후 통첩을 보냈다. 그 사이 전방 전지역에는 군이 보유한 고정형 24개, 이동형 16개 등 40여개 확성기 설치가 완료됐다.
합참은 또 이번 대북 방송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는 수준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풍선이 떠있는 시간 동안 부양 원점인 황해도를 향해 10개 미만 장소에서 확성기 방송을 진행함으로써 ‘비례적 대응’에 따른 경고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군의 확성기 대응이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9~10일 4차 풍선 살포 때 군 당국은 확성기 방송의 재개 시점을 미루면서 북한이 이전과 달리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피해 유발에 집중하지 않았던 점을 주목했다. 풍선 내용물이 담배꽁초, 인분 등에서 폐지, 비닐 등 가벼운 쓰레기로 바뀌어 갔고 개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군 당국은 이날 입장문에 '오물풍선' 대신 '쓰레기풍선'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이번엔 군 당국은 북한 풍선의 도발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행동에 나섰다. 북한이 풍선을 띄우던 지난 10시간 전방 지역에 서풍으로 형성된 가운데 일부 남서풍이 불기도 해 200여개 중 40여개만 경기 북부에 떨어졌다. 내용물 역시 종이류에 그쳐 별다른 피해 상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군 안팎에선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강대강 대치 기류가 가속화되면 북한의 행보를 더욱 주목받게 해 추가 도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관성이 결여된 대북 확성기 운용이 북한 도발의 예측 불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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