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 정쟁과는 거리…'프레지덴셜 메시지' 집중하는 尹
윤석열 대통령이 선 굵은 국가 담론 메시지, 즉 ‘프레지덴셜 메시지(Presidential message)’를 연일 내고 있다. 과열 양상인 여당 전당대회 등 정쟁과 거리를 두는 대신 체코 원전 수주, 중산층 시대 확대, 통일, 북핵 위협 대응 등 비(非)정쟁 이슈에 집중하면서다.
심심찮게 불거졌던 윤 대통령의 ‘격노설’도 최근 뜸해졌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지율 회복 등을 위해 PI(President Identity·최고경영자 이미지) 형성과 메시지 관리에 나섰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PI는 쉽게 말해 ‘대통령다운 모습’을 뜻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도어스테핑 등을 통해 특유의 거침 없는 태도를 보여줬지만, 즉흥 발언이 설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진 대통령 리더십연구원장은 “차분하고 따뜻한 대통령을 선호하는 보수 지지자들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여권 내부에서 혹평도 나왔다. 지난 4월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총선 패배 원인 분석 토론회에서 김종혁 당 조직부총장은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의 PI가 완전히 망했다”며 “대통령이 격노한다고 나가면 그걸 보는 국민이 행복하겠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최근 윤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도층을 겨냥한 민생은 물론 외교·안보 등 보수 지지층을 염두에 둔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지난주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이다. 하와이의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방문해 한·미 동맹을 부각한 윤 대통령은 이후 워싱턴 DC로 이동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한반도 핵 억제·핵 작전 지침’에 합의했다. 물밑에선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에게 원전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윤 대통령은 귀국 다음 날인 14일에는 북한 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을 찾아 “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있는 동포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뿐 아니라 강제 북송과 관련 있는 중국도 염두에 둔 메시지로 읽혔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여당 전당대회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김건희 여사 문자를 무시했다는 논란으로 여권이 들썩댔지만, 대통령실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용산발 미확인 메시지가 남발되면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이런 ‘입단속’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갤럽(16~18일 성인 1000명 전화면접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여론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9%로 지난 4월 총선 이후 가장 높았다. 50%대를 넘나들던 TK(대구·경북) 응답자의 부정평가는 44%로 다소 하락했다. 여전히 부정적 평가가 더 높지만, 여권에서는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정쟁과 거리를 둘 것”이라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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