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교육은 혼내는 것'? 그 생각이 잘못된 이유
10년 차 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최민혁 기자]
가끔 반려견 훈련사를 희망하는 분들이 내게 조언을 구할 때가 있다. 가령, "반려견 훈련사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와 같은 질문처럼 말이다.
▲ 반려견 훈련사로서 하는 일 개들과 사람은 비슷한듯 다르다. 보호자와 반려견 중간에서 둘을 이해시키고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훈련사로서 하는 일이다. |
ⓒ 최민혁 |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나조차도 평정심을 흔들리게 하은 말이 있다. 그 말을 처음 들은 때는 출장교육을 처음 시작했던 때, 설렘과 열정이 가득했던 9년 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에도 시간당 10만 원 가까이하는 교육이어서, 이를 감당하고 신청하는 보호자들이라면 내가 그간 공부하고 정리해 온 교육들을 잘 받아들일 거란 기대가 컸다.
유명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맞기 전까진"이란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 내 계획이나 예상과 너무 달라 당황스러웠던 탓에, 이 말을 그 때 실감(?)했다. 이다. 서울 한 주택가에서 진행한 교육이었다.
보호자님은 개들이 평소 너무 짖으니, 도착하면 미리 전화를 달라고 내게 문자를 남기셨다. 1층에서 전화하자, 마치 스위치를 누른 듯 2층에서 엄청난 개들의 짖는 소리가 들렸다. 2층 문이 열리자 보이는 하얀색 푸들 1마리, 갈색 푸들 3마리. 총 4마리 푸들이 이성을 잃은 모습으로 나를 향해 짖고 있었다. 보호자님은 내게 뭐라 말하시는데 도무지 들리지 않았다. 평정심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겨우 자리에 앉았을 때 보호자님은 개들이 워낙 짖는 탓인지 화와 짜증이 잔뜩 나 계셨다. 분위기를 풀고 상담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할 때였다. 그는 내가 아닌 반려견들에게 말을 걸었다. "너넨 오늘 이 삼촌한테 죽었다. 너희 혼 좀 나봐, 어디 한번."이라며 아주 괘씸한 듯 개들에게 선고(?)를 내렸다. 그러더니 하는 말.
"나 얘네 때문에 미치겠어, 아주. 얼른 이놈들 버릇 좀 고쳐놔요. 좀."
듣자마자 황당하고 기분 나쁜 말이었다. 마치 내가 기계 수리를 하러온 A/S 기사가 된 느낌, 개들을 혼내주러 온 느낌이랄까. 그러나 애초에 나는 개를 혼낼 마음으로 온 게 아니었다.
그 당시 나는 체벌을 남용하지 않는 교육 방법을 주로 공부 했었고, 그렇게 교육을 하고 있었다. 상황을 이해한 뒤, 이 개들에 맞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마주하자 '자기가 그렇게 키워놓고, 왜 개를 괘씸하게 생각하면서 내게 혼내달라고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잘 몰라서 그런 경우도 많기에 지금은 차분히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그땐 잘 몰랐다. 앞으로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되는 직업이 훈련사일 줄은 말이다.
반려견 교육에 대한 나쁜 이미지
아직도 사람들은 훈련사와 교육에 대한 이미지를 '혼내는 것' '무서운 것'과 연관시키는 게 자연스러운 듯하다. 그러나 일부 문제적 보호자들은, 본인부터 불안하거나 일관성 없게 개를 대하기 때문에 반려견에 문제 행동이 생기는 경우가 잦다.
반면, 훈련사는 통상 평정심이 있기에 줄을 잡는 순간 개들이 차분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많은 보호자는 "훈련사님이 무서운 줄 아나 봐요"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무섭게 하기도 싫고 할 이유도 없으며, 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이런 인식이 박힌 데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 중 하나로 평소 반려견 양육 태도를 지적하고 싶다. 일상에서 교육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강하게 소리치고 힘으로 눌러야만 일시적으로나마 반려견이 통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교육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것은 마치 극단적으로 그냥 굶고, 체중계의 몸무게만 줄은 것을 가지고 다이어트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왜 이런 방식은 교육이라 하기 어려운 걸까. 강하게 혼을 내서 통제되는 것은 순간 겁이 나서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 개들은 대부분 그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일부 보호자들이 외출 후 벽지를 뜯어놓은 개를 붙잡고 혼내는 경우가 있다. 그때 개가 잠시 위축되는 모습을 보고 보호자는 '잘못한 걸 아는데도 이런다'라고 괘씸해한다.
하지만, 개들은 인간과는 사고체계 자체가 꽤 다르다. 개들은 인간과는 달리 '현재'를 사는 동물이다.
반려견들은 통상, 방금 일어난 일과 보호자 행동을 연결시키기 때문에 대부분 '외출 후 보호자를 반긴 모습'에 자신이 혼난다고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벽지를 뜯어놓은 것은 먼 과거이기 때문에, 혼낸다고 해도 개들의 사고체계로는 이걸 연결시키기 어렵다.
많은 보호자는 시간이 들고 천천히 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빠른 변화를 원한다. 살아있는 생명의 행동을 1달 이내, 심지어는 교육 하루 만에 강하게 혼내서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싶어 하는데, 욕심도 그런 욕심이 없다. 이건 교육이라 부르기도 어렵다.
하지만, 일부 몇몇 보호자들은 강하게 혼내서 멈칫하는 개들을 보고 "역시 이래야 버르장머리가 고쳐져. 이제야 하면 안 된다고 이해하네."라고 말하곤 한다. 나아가, 반려견을 교육하는 훈련사들이 개를 강하고 무섭게 혼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건 명백한 오해이자, 잘못된 생각이다. 만약 그게 맞다면, 훈련사들은 평소 많은 교육 기술과 동물행동학에 대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차라리 힘과 덩치를 키우는 헬스를 하면 되지 않을까. 그냥 가서 무섭게 하고, 혼내면 끝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반려견 교육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 반려견을 바라보는 마음 개를 개로 생각하고 이해하는것은 그들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는 길이다. 선택적으로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반려견을 힘들게하는 길이다. |
ⓒ 최민혁 |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과거 '애완견'에서 '반려견'이라는 용어로 바뀌었고, 반려견들을 일컬어 '아기' '아이'라고 부르는 단어도 흔하게 본다. 이미 반려견을 가족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다.
가족과도 같은 개들, 반려견을 사람처럼 여기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내 자식 같다면서, 사람하고 똑같다면서 보호자들은 적어도 교육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모순이다.
마치 '선택적 의인화'가 아닌가 싶다. 필요할 때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태어나서 평균 20년 정도 교육을 받지만 개들은 미리 교육받는 경우가 흔치 않다.
과거보다 반려견 교육이 보편화된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 '문제 행동교정'을 한다. 즉, 예방보단 문제가 커진 이후 후속 조치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자신이 그렇게 키워놓고선, 훈련사가 반려견을 혼내줘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길 원하는 보호자들을 마주하곤 한다.
보호자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고 상상해도 그렇다. 아무런 규칙도 없고, 부모로서 교육의 주도권도 없는 상태까지 양육하다가, 하다 하다 안 되어서 선생님을 불러 아이 행동을 바꾸려고 하는 모습. 아이가 자기를 골치 아프게 한다며 괘씸하다는 듯 선생님에게 이르면서 나 대신 혼내달라는 말. 이상하지 않는가.
훈련사는 반려견을 혼내주는 사람이 아니라, 반려견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다. 반려견 교육은 "안돼!" 하고 무섭게 혼내서 기계처럼 고치는 게 아닌, 올바른 행동을 반려견의 눈높이에서 천천히 알려주는 과정이다.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를 통해 하는 예방접종이 당연하듯, 훈련사를 통해 강아지에게 예절과 규칙을 가르치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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