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봐도 웃음 나”…양의지는 왜 류현진만 보면 ‘빵’ 터질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37)는 표정이 없는 선수로 유명하다. 타석에선 무엇을 생각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얼굴로 배트를 잡고 있고, 안방에서도 덤덤한 표정으로 투수들을 리드한다. 그런데도 매년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성과를 내 ‘곰탈여우(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뜻)’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런 무표정의 양의지도 미소를 숨기지 못하는 날이 있다. 바로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인 한화 이글스 왼손 투수 류현진(37)을 만날 때다.
양의지는 류현진과 상대하는 날이면 경기 전부터 싱글벙글 미소를 짓는다. 타석으로 들어설 때는 웃음꽃이 만연하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팽팽한 긴장감히 흐르지 않는다. 양의지는 류현진을 상대로 헛스윙이 나오면 평소답지 않게 크게 탄식한다. 이를 바라보는 류현진은 웃음을 참지 않는다. 반대로 양의지도 류현진에게서 안타라도 빼앗기라도 하면 친구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쥔 채 힘차게 포효한다. 이를 지켜보는 류현진은 웃으면서 싫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면 양의지와 류현진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웃음을 참지 못할까. 지난 17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만난 양의지는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면서도 “(류)현진이는 동기들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번 선수 아닌가. 평소 우리들에게 밥을 가장 자주 사줘서인지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고 장난기 가득하게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그랬지만 류현진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투수다. 어떤 공을 던질지 예측할 수 없다. 내가 노리는 구종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안타만 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양의지와 류현진의 우정이 새삼 빛나는 이유는 둘 모두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81경기에서 타율 0.342(310타수 106안타) 12홈런 73타점 40득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율은 전체 6위, 안타는 공동 10위, 타점은 공동 3위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류현진은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18경기에서 5승 6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조금씩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양의지는 “나는 운이 좋아서 현재 타율이 높은 편이지만, 현진이는 다르다. 10여 년 전 KBO리그에서 뛸 때와 비교하면 구위는 조금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과 위기관리 역량이 여전히 뛰어나다”며 동기생을 한껏 칭찬했다.
대화 주제는 최근 활약하고 있는 다른 베테랑들로 옮겨 갔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형우(41)와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9), LG 트윈스 외야수 김현수(36) 등 올 시즌 KBO리그에는 나이를 잊은 채 맹타를 휘두르는 백전노장 타자들이 많다. 양의지는 “선수들이 그만큼 자기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나 역시 형들을 보면서 배우지만, 후배 선수들도 이런 베테랑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두산은 5강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중상위권에서 선전 중이다. 후반기에도 삼성, LG와 함께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최근에는 시라카와 게이쇼(23·일본)와 조던 발라조빅(26·캐나다)이 대체선수로 합류하면서 마운드도 더욱 단단해졌다.
양의지는 “어린 투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특히 불펜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들이 자기 몫을 해주면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라카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미래 발전 가치가 충분한 투수다. 발라조빅은 최근 본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구위와 변화구 구사 능력이 가장 뛰어난 느낌이다. 이 둘만 잘해준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울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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