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협력 노골화하는 북·러…김정은 러 군사대표단 접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방북 중인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러시아 국방부 차관을 접견했다. 지난달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동맹에 준하는 관계를 맺은 북한이 후속 군사협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대러 무기지원으로 촉발된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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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 이후 첫 군사대표단 교류
노동신문은 19일 김정은이 전날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크리보루치코 차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접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석상에서는 호상(상호)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두 나라 사이의 군사 분야 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양국 간 협력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반미 공동전선이나 미국 패권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북·러 간 협력관계가 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구소련이 붕괴한 이후 북·러 간 군사대표단 교류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군사협력 의지를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9일 김금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군 군사교육 간부 대표단을 러시아에 파견했다.
김정은, 러 국방차관 접견 의미는?
김정은이 크리보루치코 차관을 접견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이 "우크라이나에서의 특수군사작전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인민의 변함없는 강력한 지지와 굳건한 연대성을 표시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직급으로만 보면 김정은이 직접 만날 상대가 아니지만, 지난달 푸틴 대통령 방북 이후 북한을 공개 방문한 첫 번째 러시아 고위 인사이라서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성격도 있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또 김정은이 실무를 총괄하는 국방 차관을 만났기 때문에 군사기술·장비와 같은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협력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크다. 김정은이 성과를 중시하고 실용적인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미 대선 국면서 존재감 과시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 소속 군용기(Il-62M) 1대가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앞서 지난 9일에도 같은 기종의 군용기가 순안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러시아 군용기가 지난달 19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 달 사이에 2차례나 평양을 찾은 셈이다.
물론 지난 18일 순안공항에 착륙한 군용기에는 김정은을 접견한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탑승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러시아가 군용기에 첨단 무기 관련 부품이나 핵심 군사기술 정보를 실어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로 북·러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임을출 교수는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제재에 직면해 있는 북·러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면서 미 대선 이후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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