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기 잔치 전 함께 골프쳤다…마을 뒤집은 '농약 미스터리'

김정석 2024. 7. 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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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입구 주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김정석 기자

초복이었던 지난 15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에서 발생한 경로당 농약 음독 사건의 진상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지난 18일 또 다른 80대 여성 한 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여성도 오리고기 식당에서 식사했지만 다른 피해자 4명과 다른 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농약 음독 사건 피해자는 총 5명으로 늘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쓰러진 80대 여성은 이날 속이 좋지 않다며 가족과 함께 봉화읍내 한 병원을 찾았다가 호흡 곤란, 근육 경직 등 농약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이 여성도 복날 경로당 회원들과 식당에서 식사한 뒤 경로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로당에서 커피 등 다른 음식을 먹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80대 여성 위세척액에서 앞선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주민들 경로당서 마신 커피에 주목


경찰은 주민들이 함께 먹은 오리고기에는 농약이 들어있었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식사 이후 경로당에서 마신 커피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피해자들이 냉장고 안에 있는 커피를 마셨다’ ‘바깥에 있는 커피를 마셨다’는 등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피해 노인들이 마신 커피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됐는지는 수사중인 사안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어르신들이 오리고기를 먹고 중태에 빠진 현장인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에서 경북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곳에서 어르신 4명이 복날을 맞이해 농약성분이 들은 오리고기를 먹은 후 중태에 빠져 경북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뉴스1
경북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57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단서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쓰러진 4명의 위 세척액에서 나온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터부포스가 들어간 농약 판매 경로도 역추적하고 있다. 농약관리법에 따르면 농약 판매업자는 농약 등을 팔면 구매자 이름·연락처 등을 전자 시스템에 기록해 3년간 보존해야 한다.

경북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이날 내성4리 경로당 관계자 등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하고 있다. 쓰러진 4명 중 2명은 경로당 운영진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또 피해자들이 사건 당일 오전 단체로 그라운드 골프를 친 정황도 확인했다. 이들과 일행 10여명은 오전 6시 40분께 봉화군 한 그라운드 골프장에서 자체 경기를 했다. 일행은 사건이 발생한 봉화읍 내성4리만이 아닌 각 마을 출신 남녀 혼성 어르신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쓰러진 4명의 행적과 특이점을 파악하기 위해 봉화군 관제센터를 통해 해당 그라운드 골프장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에 나섰다. 또 관할 체육회를 통해 그라운드 골프 협회원 명단을 파악 중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그날 출근을 했는데 이미 해당 일행들이 코스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다"며 "바로 옆에서 잔디를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켜볼 수 있었는데 다투거나 이상한 분위기는 감지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피해자들 회복 중…“여전히 중태”


경북 안동시 경북경찰청 청사 전경. 김정석 기자
한편 당초 입원했던 피해자 4명 가운데 3명 조금씩 호전 중이다. 환자 1명은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의식이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찰 조사를 받기는 어려운 상태여서 경찰은 피해자들 회복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 60대 후반 여성은 여전히 중태다.

봉화=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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