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재탕 될 뻔한 tvN 새 예능, 이 사람들이 살렸네

김상화 2024. 7. 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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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vN <언니네 산지직송>

[김상화 기자]

 tvN '언니네 산지직송'
ⓒ CJ ENM
 
tvN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신작 예능을 선보였다. 지난 18일 첫 방영된 <언니네 산지직송>이 그 주인공.

염정아·박준면·안은진·덱스 등 배우 3명과 유튜버 1명을 앞세운 <언니네 산지직송>은 현지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제철 식재료 및 밥상 먹거리를 마련하는 4인의 고군분투와 그 속에 담긴 웃음과 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고 수확하고 요리하는 내용의 예능은 이미 익숙한 형식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tvN의 경우,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시리즈가 일찌감치 틀을 잡아온 탓에 어지간한 내용 만으로는 쉽사리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을 유도하기 쉽지 않은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언니네 산지직송>은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 속에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윤스테이'), 고정 멤버(염정아 '삼시세끼 산촌편')이 나PD표 예능을 거쳤던 인물이라는 점 역시 기존 인기작의 그림자를 피하기 어려운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회 방영분은 제법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먹었으면 일해야지" 아침부터 멸치 작업장 투입
      
 tvN '언니네 산지직송'
ⓒ CJ ENM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4명의 출연진이 찾아간 곳은 푸른 바다가 인상적인 남해였다. 이른 아침 현지에 도착한 이들은 제작진이 마련한 각종 멸치 요리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색다른 현지 생활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공개된 사전 미팅 영상을 통해 첫 만남을 가졌던 이들은 이내 어색함을 털어내고 마치 오랜 기간 합을 맞춘 멤버들처럼 남해에서도 화기애해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들뜬 분위기도 잠시뿐. "단순한 아침식사가 아니다. 수확하고 직송할 일과 관련이 있다"라는 담당 PD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에겐 주황색 작업복이 지급됐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이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멸치 털이 작업장으로 끌려(?) 나가고 말았다.  

남해의 대표적인 특산물은 다름아닌 멸치.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멸치들을 골라 노량진 등 전국 각지 수산시장으로 보내야 하는 게 그들의 첫번째 임무였다. 특수부대 출신 덱스조차 힘겨워 할 만큼 그물망 털이 작업은 초보자들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요령 피우지 않고 오전 시간 충실히 일한 덕분에 총 15만 원의 일당을 받고 하루 생활비를 벌 수 있었다.   

본격적인 남해 생활 돌입... 기대 모은 4남매 조합
 
 tvN '언니네 산지직송'
ⓒ CJ ENM
 
동네 중국집에서 점심을 해결한 이들은 일찌감치 다음날 아침 식사재료도 마련하고 해수욕장에 들러 잠시나마 한가로운 여유를 만끽하는 등 오전의 시끌벅적했던 멸치 작업의 피로를 털어냈다. 이후 시골 민박집에 도착해 각자 짐을 풀고 본격적인 현지 생활에 돌입했다.  

과거 <삼시세끼 산촌편>을 통해 '큰손'을 과시했던 염정아는 이번에도 만만찮은 모습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남들보다 배 이상 많은 트렁크를 들고 왔기에 의아함을 자아냈는데, 그 속에는 술, 간식거리부터 숙취해소제 등 제작진 몰래 들여온 '밀수품'(?)이 가득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동생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저녁 식사의 주재료는 역시 멸치였다. 튀김부터 무침까지 각양각색 멸치요리를 하기 위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진행된 식사준비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예능 경력자와 초보자들의 집합체 <언니네 산지직송>의 첫날은 그렇게 흘러갔고 디음주 2회에선 새 영화 <크로스>로 염정아와 호흡을 맞춘 배우 황정민의 깜짝 출연이 예고돼 또 다른 기대를 안겨줬다.  

익숙한 맛 + 신선한 조합...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
 
 tvN '언니네 산지직송'
ⓒ CJ ENM
 
냉정히 말해 <언니네 산지직송>은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조합의 예능이다.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구성은 오래전 <체험 삶의 현장>부터 최근의 인기 웹예능 <워크맨>에 이르는 동안 흔히 목격됐던 소재 중 하나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 역시 이미 <삼시세끼>에서 봐왔던 그림들이다.  

이러한 내용의 결합이라면 그냥 뻔하디 뻔한 힐링 예능으로 흘러가기 딱 좋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었지만 <언니네 산지직송>은 위험한 경로를 절묘하게 피하면서 나름의 색깔을 첫회부터 드러내기 시작했다. 먹은 만큼 대가를 치르고 일한 만큼 보상 받는 그림을 전반부부터 그려 넣으면서 이 프로그램이 결코 호락호락한 예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고정 예능 출연이 많지 않았지만 예능감에 대한 가능성을 과거부터 보여준 안은진과 박준면 등의 신선한 인물들을 요즘 가장 뜨거운 덱스, 그리고 오랜 내공을 지닌 염정아와 맞붙여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특히 안은진의 순진무구한 행동과 배려심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초보자들에겐 벅찰 수밖에 없는 멸치 작업 내내 힘들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표정은 "이 친구 제법인데"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특히 선별장에서 만난 할머니와 나누는 경겨운 대화 속 특유의 붙임성은 <언니네 산지직송>이 마련한 또 하나의 별미처럼 느껴졌다.

첫회부터 각자 확실한 캐릭터가 형성됨과 동시에 그 속에서 그려내는 내용들에 대한 당위성 역시 갖추면서 <언니네 산지직송>은 매주 꼭 지켜봐야 할 프로그램 목록 중 하나가 된 듯하다. 벌써부터 다음주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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