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중년 애환 다룬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입소문 타고 인기

정진영 2024. 7. 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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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미진(정은지)은 각종 자격증 취득은 기본이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 일손도 빠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18일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중년 여성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경찰, 검찰을 도와 문제를 해결해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대리만족을 준다"며 "또 '낮밤녀'는 세대 간 소통뿐 아니라 여성끼리의 소통과 연대가 힘있게 그려진다. 이런 장면들은 공동체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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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면 50대, 해지면 20대 판타지
‘20대 몸놀림’ 이정은 연기 압권
세대 공감… 시청률·화제성 다 잡아
이정은은 ‘낮밤녀’에서 20대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무선 이어폰을 끼고 격한 춤을 추는 모습은 어색하지 않다. 그의 연기는 판타지 장르인 드라마에 개연성을 더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 JTBC 제공


8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미진(정은지)은 각종 자격증 취득은 기본이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 일손도 빠르다. 하지만 한두 살씩 먹은 나이가 이젠 면접에서 발목을 잡는다. 면접에서 또 고배를 마신 미진은 신세를 한탄하다 “차라리 딴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잠이 드는데, 눈을 떠보니 50대가 돼 있었다.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낮밤녀)가 여러 세대를 아우르며 공감을 얻고 있다. 이 드라마는 해가 뜨면 50대 임순(이정은)이 됐다가 해가 지면 원래의 20대 몸으로 돌아오는 미진을 통해 청년과 중년의 애환을 다룬다.

취업준비생 미진은 각종 자격증 보유, 타자 속도 1000타, 완벽한 엑셀 활용 수준에 손까지 빠른 소위 ‘만능캐’다. 하지만 현실은 8년 차 공시생. 일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번번이 취업에 실패해 자존감도 낮아졌다. 20대 내면을 가진 임순은 미진이 쌓아온 스펙들로 출중한 능력을 선보이며 시니어 인턴에 1등으로 합격한다. 그 능력 덕에 검사실 사무보조 업무를 맡게 되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같이 일하기 불편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임순이 스스로 관두길 바라며 불가능한 일을 계속해서 던진다.

미진과 임순이 겪는 일은 드라마 속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과 중년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과 닿아있다. ‘낮밤녀’는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두 인물이 묵묵하게, 또 열정적으로 현실을 헤쳐나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18일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중년 여성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경찰, 검찰을 도와 문제를 해결해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대리만족을 준다”며 “또 ‘낮밤녀’는 세대 간 소통뿐 아니라 여성끼리의 소통과 연대가 힘있게 그려진다. 이런 장면들은 공동체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맡은 배역마다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던 이정은은 이번에도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했다. 이정은이 연극 무대가 아닌 매체에 배우로 데뷔한 건 마흔이 다 되어서였다. 그래서 20대 역할을 맡을 일이 없었다. 그런 그가 ‘낮밤녀’에서 어색함 없는 20대의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다. 무선 이어폰을 꽂고 청소하며 격하게 춤을 추고, 빠르게 자전거를 타는 식이다. 김 평론가는 “이정은은 몸 쓰는 걸 중시하는 극단에서 훈련받고 그걸 연기의 바탕으로 삼아왔는데, 그 내공이 ‘낮밤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20대처럼 춤추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그의 모습이 드라마의 판타지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했다.

4.0%에서 시작한 ‘낮밤녀’ 시청률은 지난 14일 방영된 10회에서 8.4%로 배가 됐다. 7월 2주 차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에선 3위에 올랐다. K콘텐츠 경쟁력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펀덱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낮밤녀’는 TV-OTT 통합 화제성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건 시청자의 세대 폭이 넓다는 것”이라며 “이정은과 정은지가 20대와 50대가 공존하는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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