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헤드샷' 39세 포수가 허리를 숙였다, 강민호의 품격 "고참으로서 해야 할 일"
윤승재 2024. 7. 19. 10:04
'미안하다.'
39세 포수가 상대 팀 더그아웃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몸에 맞는 볼에 대한 사과의 의미였다. 몸에 맞는 볼, 분노가 동반되는 고통에 힘겨워하는 상대 팀 타자들을 다독이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의 미소와 진심을 보고 있자면 확 끌어 올랐던 선수들의 분노도 이내 사그라진다.
요즘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9)는 그라운드 위에서 바쁘다. 젊은 투수들을 리드하고 불방망이를 때려내는 한편,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는 가장 먼저 달려나가 중재에 나선다. 특히 투수들이 불의의 몸에 맞는 볼을 던졌을 때 강민호는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고 일어서 타자들을 토닥인다. '고의는 아니야', '미안해'.
지난 5월 5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강민호가 먼저 나섰다. 2루주자 이재현의 사인 훔치기 의혹에 롯데 선수들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자, 강민호가 더그아웃 펜스를 넘어 그라운드로 나와 손사래를 쳤다. 롯데 선수들과 빠르게 오해를 풀기 위해서였다. 경기 후에도 특유의 넉살로 롯데 선수들에게 해명하고 감정을 풀어내면서 상황이 심각하게 번지지 않게 힘썼다.
지난 1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선 허리까지 숙였다. 선발 투수 원태인이 강승호(두산)에게 헤드샷을 던지고 퇴장을 당한 순간, 강민호는 우선 강승호부터 다독였다. 강민호도 놀란 헤드샷, 웃음기 없는 진지한 모습으로 강승호에게 다가가 그를 토닥였다. 이후 상황이 진정되자 원태인에 이어 강민호도 포수 헬맷을 벗고 1루 두산 더그아웃에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조아제약 7월 둘째 주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그와 전화 인터뷰 도중 당시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는 "내가 맞춘 건 아니었지만, 내가 (공에 맞은 타자와)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고 '미안하다'는 의사를 내가 확실하게 전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자칫하면 큰 부상이 될 뻔했던 상황 아닌가, 고의는 아니었어도 미안하다는 의사는 확실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강민호는 "아무래도 고참이 먼저 나서면 후배 선수들도 화를 내려다가도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불필요한 오해도 좋지 않고 분위기가 안좋은 쪽으로 과열되는 걸 막기 위해 내가 더 많이 나서는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날씨,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앉아만 있어도 힘든 시간이지만, 강민호는 후배들을 위해 벌떡 일어나고 있다. 고참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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