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폐기물 95% 재활용하는 독일…건물관리도 탄소중립 도입[지속가능한 K-미술]②
獨 IMEX 지속가능보고서, 자원 재활용 모범사례
석탄 매연을 내뿜던 화력발전소에서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2000년 문을 연 이곳은 원래 템스강 변의 흉물로 방치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로, 2차 세계대전 직후 런던 중심부의 전력 공급을 위해 세워진 공간이다. 공해 문제로 폐쇄 후 20여년간 방치된 발전소는 영국 정부의 도시계획 프로젝트를 거쳐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으로 재탄생했다.
테이트모던은 2019년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03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 미술관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폐기물 최소화를 위한 재활용 방안을 수립하는 등 전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쉴 새 없이 타는 석탄으로 만든 전기를 런던에 공급하던 산업혁명 시대 발전소는 이제 건물 밖 태양열 패널로 전기를 만들고, 빗물을 모아 변기에 흘려보내는 탄소중립 시대 친환경 미술관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미술관은 탄소배출이 많은 분야 중 하나다. 짧게는 3~4일, 길게는 1~2개월 전시회 개최를 위해 전시공간 디자인에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 전시가 끝나면 바로 폐기물로 신분이 하락한다. 또 전시 공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자재, 작품과 작가 이동에도 탄소가 많이 나온다. 쉽게 말해 차나 비행기로 사람과 미술품, 자재를 운반할 때 화석연료를 쓸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 사용은 이산화탄소 배출과 같은 말이다. 전시업계에도 ESG 경영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지도자와 정부, 특히 공공 기관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계기로 친환경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미술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 각국의 미술관들은 가장 먼저 건물부터 점검했다. 영국의 BREEAM, 미국의 LEED, 호주의 EARTH CHECK 등 외국의 친환경 건물 인증제도는 설계와 시공유지, 관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 저감에 기여한 건축물의 요소를 평가해 인증을 부여한다. 모든 미술관이 새 건물을 지을 순 없다. 건물의 역사 또한 제각각이다. 여기에 리모델링은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다.
영국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는 2018년 학교 리노베이션 당시 건물 개조단계부터 환경을 최우선에 배치,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목표의 리모델링을 거쳐 BREEAM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왕립 미술 아카데미는 친환경 성과를 위해 전시에 사용한 자재 재활용에 나섰다. 2021년부터 전시 설치 입찰 전 업체를 대상으로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에 관한 정책 확인에 들어갔다. 또한, 전시품 운송에 필요한 포장재를 재사용해 폐기물을 30%가량 감축했다.
비슷한 시기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은 전시에 사용한 자재들을 새로 문을 연 분관에 이전, 재사용해 화제가 됐다. 박물관은 런던 동부 베스널 그린에 문을 연 분관 '영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과 사전에 전시 내용을 공유하고, 필요한 자재를 검수한 뒤 본 전시가 끝나자마자 자재를 그대로 철거 후 이전했다.
이처럼 기획 단계부터 재활용의 목표와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모범사례로 산업전시 행사인 독일의 아이멕스(IMEX)는 매년 '지속가능한 보고서'를 공개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MICE(기업회의 meeting, 포상관광 incentives, 컨벤션 convention , 전시 exhibition) 전시회인 아이멕스는 기획 단계부터 환경 성과 목표와 구체적 방법론을 세우고 매년 지속가능한 행사 보고서를 발표한다. 아이멕스는 탄소 감축 성과를 정리하고 공시해 다른 곳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는 등 선진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례로 2023년 아이멕스는 모든 폐기물의 95.5%를 재활용하거나 에너지로 전환했다. 쓰레기 매립률은 0.5% 미만이었으며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된 이벤트 제품 사용률 또한 5%에 그쳤다. 무엇보다 행사에 사용한 전기가 100% 신재생에너지였다는 것이 그해 행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구체적인 성과로 손꼽힌다.
미국 친환경 전시 전문 컨설턴트 톰 보우만은 "환경을 위한 전시를 위해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통해 생산된 임산물로 만들어진 제품 인증) 목재를 사용하고, 재활용 함량이 높은 탄소 중립 카펫 또는 바닥재 활용 등 자재의 친환경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또한 비 VOC(Volatile Organic Compounds·휘발성 유기화합물) 페인트 또는 친환경 접착제를 쓰고 할로겐 조명 대신 LED 조명을 사용하는 등의 친환경적 노력을 실천하는 훈련부터 지속가능한 전시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톰은 “전시물, 가구, 시청각 장비, 조명 등을 포함해 가능한 한 운송을 최소화하고 티켓 대신 QR코드를, 브로슈어 대신 웹 이미지를 배포해 종이 낭비를 줄이고 인쇄비용을 절약하는 것도 환경친화적 옵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