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보내려고 지은 집에서 이사를 고민하는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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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정 기자]
지난 주말이 시아버지의 생신이었다. 우리 집과 시댁 사이에 위치한 유명한 식당을 예약해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오랜만의 외출에 어머니는 한껏 멋을 내셨고,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린아이 같이 맑은 시아버지의 웃음을 보며 어느새 이렇게 많이 늙으셨나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 시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 |
ⓒ 윤용정 |
고령층이 대부분인 동네다 보니 마을 단위로 함께 여행을 가거나 행사를 하는 일이 많아 심심할 틈이 없다고 하셨다. 교통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운전을 하셔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텃밭에서 키운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고, 가끔 아버지가 운전하셔서 마트를 다녀오면 커다란 냉동고에 고기와 해산물을 얼려두니 생활에 큰 불편 없이 지내셨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는 주말이면 시부모님께 놀러 갔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자연이라는 커다란 놀이터가 집에서 차로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 시부모님 집 마당에는 닭장과 각종 채소가 심어져 있다 |
ⓒ 윤용정 |
우리는 여름휴가를 따로 갈 필요 없이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주차장 한쪽에 커다란 수영장을 설치해 놓고 놀았다. 마당에 텐트를 치고 바비큐 그릴에 고기를 구우면 캠핑장이 따로 없었다. 나중에 우리 부부가 은퇴를 하면 이 집에 들어와 살면 좋겠다,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도 여기서 추억을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부모님 집이 좋았다.
▲ 시부모님 집에서 보냈던 여름 휴가 |
ⓒ 윤용정 |
이제 우리 큰애가 고3이 될 만큼 시간이 흘렀고, 어머니가 76세, 아버지가 80세가 되셨다. 부모님이 사시는 마을은 그나마 적었던 인구가 더 줄었고, 그 때문인지 한 시간에 두어 번 다니던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번도 잘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아버지는 몇 해 전부터 운전을 거의 안 하시고 마트만 다니셨는데, 요즘에 고령 운전자 사고 소식이 많다 보니 그마저도 부담스러워하신다.
우리 앞집에는 강아지를 키우며 혼자 지내시는 어르신이 계신다. 그분을 보면서 도시생활이 좀 답답하지 않을까, 우리 시부모님처럼 공기 좋고 한적한 시골에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시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교통이 불편한 시골 역시 노인이 살기에 적당한 지역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은퇴 후에 시골로 내려갈 게 아니라 부모님을 우리 동네로 모셔와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교통 문제만 해결된다면 부모님이 노후를 보내시기에 살던 집보다 좋은 곳은 없을 텐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 된다. 현재 서울 특정 지역이나 인근 도시, 관광지 등에서 시범 운행되고 있는 자율주행 버스라든가 차량 예약 시스템이 보급되는 등 교통 취약 지역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빨리 확대되기를 바란다. 시간 맞춰 딱딱 와주는 교통편만 있어도 부모님의 생활은 훨씬 나아질 것 같다.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막내딸(초4)의 친구들과 함께 시부모님 댁에 놀러 가기로 했다. 마당에 텐트를 치고, 수영장을 설치해 놓고 놀면서 바비큐 파티를 해야지. 벌써부터 신이 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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