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전성시대]③무소불위 기재부?…"예산-정책 기능 나눠야"

문제원 2024. 7. 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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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예산·경제정책·세제·외환 총괄
역대 정부 봐도 '초대형 컨트롤 타워'
전문가 "예산-경제 정책 분산할 필요"

'기획재정부 전성시대'를 바라보는 관가와 국회,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경제와 예산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기재부로 어느 정도 권한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기재부의 권한을 분산해 누적된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예산권과 경제정책 조정 기능을 한 부서가 담당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부담이 큰 만큼 조직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 자타공인 '초대형 경제 컨트롤타워'

현재 정부 조직상 기재부는 예산과 경제정책, 세제, 외환 등 경제 핵심 분야를 모두 관할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조직 구성으로 봐도 지금의 기재부는 권한이 집중된 편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 때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로 나뉘어 있었다. 김영삼 정부 때는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지만 1997년 외환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쪼개져 10년간 지속됐다.

이후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들어서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기재부로 통합되고 금융정책 기능만 금융위원회로 이관됐다. 특히 2013년 3월에는 기재부가 부총리급이 되면서 김영삼 정부의 재정경제원에서 금융 기능만 빠진 초대형 '경제 컨트롤 타워'가 완성됐다. 경제정책과 나라 살림, 세제 수립, 재정전략을 함께 운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지금과 같은 조직 구조는 기재부가 '곳간 지기' 역할을 하는데 불가피하다는 인식도 많다. 통상적으로 국회 등 선출직은 인기를 위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고자 하는 유인이 많아 기재부의 예산 편성 권한과 조율이 중요하다. 헌법 54조가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다고 규정하고, 헌법 57조가 정부 동의 없는 국회의 예산 증액 등을 금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대통령실 내에서도 기재부는 존재감이 뚜렷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산이나 세제 관련해 기재부와 조율하는 일이 많은데 설득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방송에 출연해 세제 개편을 언급했는데, 바로 다음 날 최상목 부총리가 "경제 정책 사령탑은 기재부 장관인 저"라고 말해 '역시 실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권한 클수록 부작용도…전문가 "기능 분산 필요"

문제는 기재부로 권한이 집중될수록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재부 출신이 권한을 등에 업고 지난 3년 동안 정부 곳곳의 핵심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인사 독점' 등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기재부가 예산과 경제정책을 함께 다루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예산 편성을 잘하기 위해선 모든 국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기재부는 예산뿐 아니라 경제 정책 기능도 가지고 있다"며 "단기 시야를 갖는 정책(예산)과 장기 시야를 갖는 정책(경제)이 붙어 있으면 예산이 경제성장의 시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행정학회도 지난 대선 직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에서 "기재부의 기획예산 기능과 재정경제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예산 편성 및 관리 체계를 분산하고 평가를 정부 업무평가와 일원화해 재정의 민주화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직속으로 관리예산처(OMB)를 설치해 연방정부의 재정 관리를 총괄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선 기재부의 역할 분산이 단골 소재로 논의된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 부처로 신설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또 민주당 원내외 모임 '더새로'는 지난 15일 토론회를 열고 기재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기도 했다. 방향성은 다르지만, 기재부의 예산권 독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다만 기획예산처가 다시 출범하거나 기재부의 권한을 줄이더라도 중립적인 관점에서 예산 편성·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교수는 "다른 부처가 뭘 하는지 잘 알면서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 설 수 있는 부처가 예산 기능을 가져야 한다"며 "공급망 이슈가 경제이면서 안보 이슈인 것처럼 최근엔 경제, 사회, 문화, 국방 등의 조정이 더 중요해지고 있어 예산은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기능과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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