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이든 특히 한국 편에 선다"…美민주당 정강엔 한국 14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바이든 2기’ 행정부의 방향타가 될 민주당의 정강(platform)에 “바이든은 특히 한국의 편에 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현지시간) 중앙일보가 입수한 2024년 민주당 정강 초안의 인도ㆍ태평양 파트에는 한국에 대한 언급이 집중돼 있다. ‘한국’이라는 단어를 빼버린 공화당과 달리 80페이지에 달하는 민주당의 정강엔 한국이 14번 등장한다.
민주당의 정강 초안은 지난 16일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산하 정강위원회의 표결에서 의결돼 최종안으로 다음달 전당대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바이든은 ‘특히’ 한국 편”
민주당 당의 정신과 노선을 천명하는 새로운 정강에 한국을 ‘소중한 동맹국(valued ally)’으로 표현하며 “북한의 도발에 맞서서는 동맹국, 특히(especially) 한국의 편에 서겠다”고 명시했다.
정강은 한ㆍ미ㆍ일 3국 정상이 참여한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도출한 워싱턴선언을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로 제시하며 “3국 간의 억지력 논의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및 일본과의 3국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를 비롯해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시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선 “김정은에게 아첨(flattering)하고 정당화(legitimizing)하며 북한의 독재자와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등 소중한 동맹 한국을 직접 위협하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며 “특히 무역분쟁을 이유로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직접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보도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대만은)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ㆍ태평양 동맹과 공동 번영”
한국이 포함된 인도ㆍ태평양 지역과 관련해선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ㆍ태평양의 규칙을 옹호하고 동맹국의 편에 서는 것이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중국의 적대적인 행동과 강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명기했다.
인태전략의 핵심이 동맹과의 협업을 통한 대중국 견제에 있음을 명확히 한 대목이다.
경제 전략과 관련해서도 “바이든의 두번째 임기에도 자유롭고 개방적인 동시에 상호 연결돼 함께 번영하는 탄력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특히 포용적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경제 분야의 참여를 강화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지역 파트너십을 확대해 억지력을 강화하고 강압에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와는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수입품에도 10%의 일률관세를 적용할 뜻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 관련 질문에 “그들이 우리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는데도 대만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투자한 대만 TSMC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을 비판한 말이다. TSMC뿐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공장 투자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유럽 위협에 명시된 ‘북한’의 위협
민주당의 새 정강에는 북한을 미국의 최우선순위 동맹인 유럽을 위협하는 주체로 명기했다. 민주당은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유럽보다 동맹의 중요성을 더 잘 보여준 지역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북한, 이란, 중국을 끌어들여 전 세계의 자유를 공격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이란 및 북한과의 군사 및 경제 동맹을 방해하기 위해 유럽 및 인도ㆍ태평양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결국 유럽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주체로 북한을 보고 이에 대항할 주요 동맹으로 한국을 적시한 셈이다.
안보에 대한 트럼프의 전략에 대해선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넘기도록 강요하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결코 동맹국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反트럼프’?
민주당 정강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285번 반복되는 ‘바이든’이다. 당의 향후 4년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정강에 현직 대통령이자, 대선 후보가 될 인물을 주체로 등장시킨 건 사실상 당의 정체성을 11월 선거에 맞췄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8일 채택된 공화당의 정강도 국경 봉쇄 등 강경한 이민 정책, 수입품 보편 관세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대부분 반영되면서 ‘트럼프 사당(私黨)화’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민주당도 사실상 같은 형식의 정강을 만든 셈이 됐다.
더구나 민주당의 정강엔 바이든뿐 아니라 트럼프의 이름도 116회 반복된다.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의 정체성이 독자적 가치보다는 ‘반(反)트럼프’에 가깝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제 정강위원회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공화당의 정강과는 달리,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후보 사퇴론까지 불거진 민주당의 경우 정강위원회가 초안을 표결을 통해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반대표가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밀워키=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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