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에도 안 밀렸다…'킬러 본능' 이예원의 두 얼굴

성호준 2024. 7.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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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이예원은 박현경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코스 바깥에선 쾌활한 매력을 뽐내지만, 필드에선 선배 박인비처럼 시크한 ‘킬러’가 되길 원한다. 왼쪽은 골프 의류 광고에 출연한 박현경. 김종호 기자, [사진 파리게이츠]
“골프는 핑계일 뿐.”

걸그룹 트와이스는 골프 의류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골프 스코어에 신경 쓰지 않고 예쁘게 입고 재미있게 놀겠다는 뉘앙스다. 올해 이 회사는 이예원과 박현경을 모델로 내세웠다. 두 선수가 나란히 서서 샴페인을 들고 우승 파티를 하는 내용이다.

박현경과 이예원은 올해 KLPGA 투어의 투톱이다. 나란히 3승씩 기록했고, 상금과 대상 포인트 등 주요 기록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최근 만난 이예원은 “광고 모델을 할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인기 많은 트와이스가 하던 광고를 우리한테 하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잘 안되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회사도 잘되고, 우리도 잘돼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코스 밖에서 이예원은 밝고 웃음이 많았다. 골프 할 때 이예원은 매우 진지하다. 이예원은 두 개의 얼굴이 있는 것 같다.

이예원은 “잘될 때 들뜨고, 잘 안될 때 실망하는 표정이 드러나는 건 싫다. 경기할 때 감정의 변화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의 롤모델은 ‘킬러’다. 이예원은 “어릴 때부터 박인비 프로님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멘털이 강한 것과 퍼트를 잘하는 것도 부러웠는데 샷을 할 때 표정 변화가 없는 게 제일 멋있었다”면서 “박인비 선배 같은 차가운 별명(침묵의 암살자)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예원은 골프를 할 때만큼은 시크한 박인비를 닮고 싶어 한다. 킬러가 되어 냉정하게 상대의 심장을 찌르고 싶어 한다.

이예원은 박현경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용품(브리지스톤)을 쓴다. 이예원은 “좋은 옷 입고 좋은 채 써서 둘 다 성적이 좋은가 봐요”라고 했다. KLPGA 투어에서 둘은 ‘뇨끼 메이트’로 불린다. 뇨끼는 수제비 비슷한 이탈리아 음식이다. 둘은 함께 밥 먹는 사이다.

올해 KLPGA 투어에서 이예원은 초반 2승을 하면서 1인자의 자리에 올라서더니 5월 NH 투자증권에서 윤이나를 꺾고 또 우승했다. 이예원은 두산 매치 준결승에서 또다시 윤이나를 눌렀다.

그러나 이예원은 윤이나와의 준결승에서 진이 빠진 듯했다. 그날 오후에 열린 결승에서 박현경에게 패했다. 두산 매치에서 이예원을 누르고 우승한 박현경은 상승세를 탔고 6월 들어 2승을 추가해 역시 3승 고지에 올랐다. 18일 현재 박현경은 이예원과 다승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예원은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에선 현경 언니랑 재미있게 쳤다. 언니는 말을 재미있게 한다. 티오프 직전, 우승한 사람이 밥 사기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예원은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37야드로 61위다. 그런 이예원이 “다 부족하지만, 장기가 있다면 드라이버”라고 했다. 그는 “멀리 치면 유리한데 멀리만 치면 안 된다. 거리도 어느 정도 받쳐주되, 정확성이 좋으면 그냥 멀리 치는 것보다 확실히 유리하다”고 했다. 이예원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80%가 넘는다.

OB를 낸 적이 있을까. 이예원은 “로스트볼을 포함해 OB가 일 년에 몇 번 난다. 올해는 로스트볼 한 번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OB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의 신안컨트리클럽 골프 아카데미에서 이예원은 전설이다. 아카데미 부설 파3 코스의 귀신이라는 별명도 있다. 이예원은 “11년간 수천 번 라운드했다. 하루에 서너 바퀴씩 돌 때도 있었다. 내 머릿속에 코스 구석구석이 다 있다. 한 코스에서 워낙 많이 라운드를 해보니 눈이 뜨여 처음 가본 골프장에서도 그린이 잘 보인다”고 했다.

파3 코스는 신지애의 성공 비결이었다. 100m 이내 피치샷이 최고였다. 이예원도 그렇다. 파5에서 2온이 많지는 않지만 세 번째 샷을 워낙 가깝게 붙이고 퍼트도 좋기 때문에 버디를 많이 잡는다. 짧은 파3나 파4홀에서도 이예원의 정교한 피치샷은 위력을 발휘한다. 54도 웨지로 치는 85m 샷이 가장 자신 있다고 한다.

몸이 여려 보이지만 힘은 만만치 않다. 이예원은 “유치원 때는 남자아이들한테 이겼고 악력을 키우려 집에 철봉을 달아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몸보다 정신력이 더 세다. 이예원은 “버디가 꼭 필요한 때는 버디를 한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결정적인 순간, 골을 넣는 운동선수의 킬러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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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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