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만나고 죽을 뻔 했어예"…빵식이 아재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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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읍내의 동네 빵집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51) 대표는 2020년 6월부터 등굣길 아이들에게 공짜 빵을 나눠주고 있다. 약 11평(약 36㎡) 면적에 월세 40만원짜리 빵집을 차려 놓고, 새벽 4시면 일어나 아이들에게 줄 빵부터 먼저 굽는다. 매일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빵은 70∼100개. 빵집 뒤편 초등학교 학생이 대부분 집어 가지만, 종종 교복 차림 중학생도 눈에 띈다. 김씨는 “남해초 아이들이 어느새 커서 지금은 교복 입고 온다”고 말했다. 참, 김씨에겐 별명이 있다. ‘빵식이 아재’다. 쌍둥이로 태어나 이름에 ‘쌍’ 자를 썼는데, 동네에서는 ‘빵식이 아재’라 부른다.
중앙일보가 빵식이 아재의 사연을 처음 보도한 건 2021년 6월이다. 첫 보도 이후 그에겐 기적 같은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첫 기적은 빵식이 아재가 그해 7월 LG의인상을 수상한 일이다. 빵식이 아재의 의인상 수상은 의외였다. 수상자 대부분이 물에 빠졌거나 불에 갇힌 사람을 구한 문자 그대로의 의인(義人)이어서다. 빵식이 아재는 이렇게 수상 소감을 말했다.
“애들한테 빵 주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런 큰 상을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상을 안 줘도 빵은 계속 나눠줬을 겁니다.”
공황장애로 방송 다 거절, ‘유퀴즈’만 출연

빵식이 아재가 LG의인상을 수상하자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이 출연을 요청했다. 그러나 다 거절했다. 공황장애 때문이다. 그는 낯선 곳을 잘 가지 못한다.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한 프로그램이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본지 보도를 본 유재석이 방송작가에게 “빵식이 아재가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빵식이 아재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 유재석이다.
빵식이 아재의 상경기는 차라리 눈물겨웠다. 출발 며칠 전 병원에 들러 “공황장애약을 두 개 먹어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나만 먹고 출발했지만, 쿵쾅거리는 가슴은 어쩔 수 없었다. 동네 후배가 운전해서 서울 가는 길, 그는 화장실을 여섯 번이나 들렀다. 4시간3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6시간40분 만에 도착했다.

2021년 10월 20일 방송이 나간 직후 빵식이 아재는 소위 ‘돈쭐’을 당했다. 그것도 아주 호되게 당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빵집 앞으로 긴 줄이 섰다. 주말에는 50m가 넘는 줄이 고불고불 두세 겹 겹쳐지기도 했다. 하루 한두 시간만 자면서 빵을 구웠지만, 한계에 부닥쳤다.
“온종일 일만 하면 하루에 430만원어치 빵을 만들어요. 그렇게 두세 달을 일했어요.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을 빈손으로 보낼 순 없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이러다가 죽겠다 싶더라고요. 요즘은 하루 팔 양을 적절히 조절해 팔고 있습니다.”

돈쭐 당하고서 3년째, 형편은 나아졌을까. 빚은 다 갚았고, 빵집 건물 4층의 월세 살림집은 근처 월세 원룸으로 옮겼다. 빵집 옆의 무인카페도 월세로 빌렸다. 그러나 빵집은 그대로다.
“빵집 옆 카페는 손님이 앉을 데가 없어서 마련했어요. 가게가 너무 좁잖아요. 가게 넓히고 직원도 뽑으면 돈을 더 벌 수 있겠지요. 가게 옮기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아이들 등굣길과 맞지 않아서 포기했어요.”
2021년 빵식이 아재는 “혼자 사니까 돈 들어갈 데도 없다”고 말했었다. 지금은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다. 이진숙(39)씨. 빵식이 아재가 맨 처음 빵집을 열었을 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인연이 뒤늦게 이어졌다. 둘은 올가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돈 놓고가는 손님들 많아 돼지저금통 비치

빵식이 아재가 가장 고마운 건, 돈쭐 내러 찾아오는 분들이다. 억지로 돈을 쥐여주는 손님이 많았는데, 다 뿌리쳤다. 그래도 돈을 놓고 가는 사람이 많아 빵집 구석에 돼지저금통을 놔뒀다. 저금통에 쌓이는 돈은 고스란히 동네 복지기관으로 간다.
한번은 로또 복권을 주고 간 손님도 있었다. 나중에 보니 3등에 당첨된 복권이었다. 상금이 142만원이나 됐다. 빵식이 아재의 사연에 감동해 앞으로 봉사하고 살겠다며 직장을 그만둔 청년도 있었고, 나중에 크면 빵식이 아재처럼 빵을 만드는 사람이 돼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아주머니다.
![김 대표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을 때 출연진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사진 tvN]](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9/joongang/20240719050104458txvp.jpg)
“손수 만든 상패와 상금 10만원을 들고 오셨어요. 상패에 ‘행복상’이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노점에서 생선 파는 엄마라고 했는데, 제빵 배우는 아들을 데리고 왔어요. 얼마나 힘들게 아이를 키웠는지 알겠더라고요. 빵 만들어 먹고살 아들에게 저를 보여주고 싶으셨대요.”
지난달에도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빵식이 아재의 사연이 초코파이에 실렸다. 오리온이 초코파이 출시 50주년을 맞아 특별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빵식이 아재의 사연이 채택됐다. 그의 얼굴과 사연을 새긴 초코파이 200만 개가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초코파이 봉지에 쓰인 빵식이 아재의 사연은 이렇다. ‘등굣길 빵 나눔의 시작은 힘들었던 어린 시절 슈퍼 아주머니가 건넨 초코파이의 온기였습니다.’

초코파이에 적힌 사연에는 과장이 있다. 하나 빵식이 아재가 굳이 등굣길 아이들의 아침을 챙기는 이유가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때문인 건 맞다. 어렸을 적 그는 가난했다. 밥 못 먹고 학교 가는 날이 밥 먹고 가는 날보다 많았다. 그게 그렇게 사무쳤던 게다. 아침마다 빵이 놓이는 받침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배고프지? 아침밥 굶지 말고! 하나씩 먹고 학교 가자 배고프면 공부도 놀기도 힘들지.’
선행은 선행을 낳고, 미담은 또 다른 미담으로 이어진다. 행복은 이렇게 전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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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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