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1채만 있어도 상속세 대상…'부자 세금'은 옛말
정부ㆍ여당이 상속세 손질에 나선 배경에는 상속세가 더 이상 ‘부자 세금’이 아니라, 중산층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 그간 오른 물가와 소득을 감안하면 상속세가 이젠 '중산층 세금'이 됐다는 것이다.
상속세 제도는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로 높아진 뒤 변동이 없다. 반면 그동안 경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2000년 1428만원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4725만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이미 서울 아파트값 평균 거래가는 10억원을 훌쩍 넘겼다. 서울에서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상당수가 상속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 국세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건물)에 대한 상속세 결정 금액은 28조1202억원으로, 지난 2019년 10조2914억원 대비 2.7배로 증가했다. 상속세 결정 인원(피상속인 기준)도 지난해 1만9944명으로 2019년(8357명)에 비해 2.4배 늘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상속세 납세자와 납세 금액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상속세를 부과받은 1만9944명 중 가장 많은 비율(41%ㆍ8305명)이 10억 원 이상~20억 원 이하의 재산을 소유한 경우였다. 2019년만 해도 해당 구간의 피상속인은 3513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내의 사망자가 35만2700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의 약 5.7%가 상속세 대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무당국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를 감안하면 상속세를 내는 사람의 숫자와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인의 부담을 키워 국내 산업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한국의 상속세의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최대주주가 적용받는 20% 할증평가를 포함하면 실질적인 최고세율은 60%에 달해 세계 1위다. OECD 38개국 중 15개국은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과세하는 23개국 중 15개국은 직계비속에 대해선 면세하거나 경감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대주주 할증을 제외하더라도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로 되어 있는데, OECD 평균이 26.1% 내외로 추산된다”며 “최대한 30% 내외까지 일단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7일 “가업 상속뿐 아니라 25년간 변하지 않은 상속세율을 공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경제 규모가 커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된 부분이 있다”며 “상속세율이 경제 상황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개편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만 거대 야당이 상속세 인하에 대해서는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세율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는 향후 재정 운용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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