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린이집 나와 4차선 건넌 두 살…아동방임 아니라는 檢
지난해 두 살배기 여자아이가 보호자 없이 어린이집을 나와 4차선 대로를 혼자 건넌 사건과 관련해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검찰 판단이 나왔다. 앞서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방임 행위라고 본 경찰과 구청과는 다른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2부(부장 박윤희)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서울 강남의 어린이집 교사 A씨(49)와 원장 B씨(58)를 최근 불기소 처분했다. 판례상 아동방임으로 보기 어렵고, 고의성도 없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어린이집 마당에서 야외 수업 도중 원아인 C양(당시 26개월)이 홀로 어린이집 밖으로 나가 보호자 없이 주변을 배회하도록 방임한 혐의를 받았다.
C양은 지난해 4월 열려있는 어린이집 대문 밖으로 나와 길에서 홀로 20여분 배회했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인 상황에서 길을 건너기도 했다. 야외수업이 진행된 어린이집 앞마당엔 관계자 3명과 원아 10여명이 있었지만 C양이 사라진 것을 뒤늦게 파악했다. 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C양을 찾으러 나섰다.
한 운전자가 C양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어린이집에 C양을 인계했다. C양이 사라진 지 30여분 만이었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아이가 혼자 나가도록 둔 것이 방임에 해당하고 상황을 인지한 뒤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등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로서 아동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사건을 지난 3월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동학대 중 방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판례였다.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검찰은 “A·B씨가 불상사에 대비해 대문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과실 때문에 C양이 각종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컸다”면서도 “판례상 아동 방임인 의식주 같은 기본 여건을 조성하지 않는 유기 행위나 신체‧성적‧정서적 학대 행위에 준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한 이들의 행동에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검찰은 “C양을 방임한다는 인식과 용인이 있어야 아동학대로서의 방임죄를 물을 수 있다”며 “피의자들이 당시 대문이 열려있었는지, 피해 아동이 어린이집 밖에서 배회 중이었는지를 인식하면서 방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해 5월 사건을 조사한 강남구청은 A·B씨의 행동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변호사·교수·아동 심리학자 등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사례결정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아동 방임으로 판단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위원회는 “대문·인원 관리가 미흡했고 경찰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 이후 C양은 자동차를 보거나 도로에 가까이 가면 울음을 터뜨리는 등 불안장애 소견이 있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법조계 등에선 검찰 판단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희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인권관리위원회 소속 변호사는 “제때 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고, 아동에게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면 방임 행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장도 “결과가 아니라 진행 상황을 따져 방임 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 변호사는 “교사가 충분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한다”고 말했다. 신수경 율다함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아동 방임으로 의율하기 어렵고, 아동이 정신적 피해를 본 점을 들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순 있을 것 같다”며 “비슷한 사건 예방을 위한 행정적인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교사 A씨가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에 대해선 불구속기소 하기로 했다. A씨는 어린이집으로 돌아온 C양의 손을 뿌리치듯 던져 C양을 넘어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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