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 테리, 北·美 정상회담 직전 서훈과 美 당국자 만남 주선

전웅빈 2024. 7. 19.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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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53)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통해 미 정부 고위 당국자 등을 면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테리 연구원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1월 국정원 요청에 따라 서훈 당시 원장과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 및 전직 고위 정보 관리의 소규모 미팅을 주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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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한국정부 대리 활동… 안보 위협”
체포 당일 보석금 50만달러에 풀려나
朴 정부에서 시작… 최근까지 활동
테리, 탈북민 다큐로 에미상 후보에
지난 5월 14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24’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는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53)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통해 미 정부 고위 당국자 등을 면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테리 연구원의 한국 정부 대리 활동을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했다.

크리스티 커티스 FBI 부국장 대행은 1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테리 연구원을 기소·체포한 사실을 공개하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돈과 사치품을 받으며 민감한 미국 정보를 한국 정보기관에 공개하고,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테리 연구원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외국 정부가 추구하는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싱크탱크 역할을 악용했다”며 “외국 스파이와 협력해 국가 안보를 위협한 자”라고 지적했다. 테리 연구원은 보석금 50만 달러를 내고 체포 당일 풀려났다.

미 연방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의 한국 정부 대리 활동은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졌다. 테리 연구원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1월 국정원 요청에 따라 서훈 당시 원장과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 및 전직 고위 정보 관리의 소규모 미팅을 주선했다. 국정원은 테리 연구원에게 ‘비공개 라운드테이블’을 요구했고, 참석을 원하는 미 당국자 명단까지 만들어 건넸다고 공소장은 설명했다. 서 전 원장은 미 당국자들에게 북·미 정상 간 관계와 대북 정책에 관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미 당국자들은 FBI 조사에서 “싱크탱크에 초대된 자리에서 외국 정보 수장을 만난 사례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매우 비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서 전 원장이 테리 연구원을 통해 미 당국자들과 만난 건 2019년 1월 15일로 2차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 27~28일) 한 달 전이었다.

테리 연구원은 윤석열정부에선 한·일 관계,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등과 관련한 여론전에 개입했다. 지난해 1월 국정원 직원과의 저녁 식사 때는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와 만나 나눴던 대화 내용을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전달했다.

테리 연구원 기소로 한국 정부의 정보활동 약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최근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부차관보가 돌연 사임한 배경이 이번 기소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한 소식통은 “너무 멀리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외국인대리등록법(FARA)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를 접촉한 사람이 누구를 대표하는지 알기 위한 것으로 법무부의 법 집행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한국 정부와 논의했냐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테리 연구원은 탈북민을 다룬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의 공동 제작자로 이날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밀워키=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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