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눈 오기 전 성과 기대… 저전력 칩 각광받을 것”

심희정 2024. 7. 1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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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 의원은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파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주 기자


요즘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삼성전자가 언제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수 있을지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공급하고 있는 5세대 HBM(HBM3E)은 치솟는 수요에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 검증)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로 삼성전자 주가가 출렁였을 정도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삼성이 HBM의 파괴력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했다며 “눈 오기 전에는 뭔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을 선도하지 못한 것은 패착이지만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업계에서도 조만간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고 하반기에는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의 수요 급증으로 전체 HBM 공급량은 내년까지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고 의원은 향후 3~4년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 수출 규제에 나선 지금이 한국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스타트업 육성, 첨단산업 병역특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갤럭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그는 국민의힘 과학·기술 분야 인재로 영입돼 서울 강남병에서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삼성전자가 HBM 기술을 선점하지 못한 데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큰 것 같다.

“초창기에는 삼성이 HBM 기술을 선점했었다. 2016~2017년에는 HBM이 주로 게임에 쓰였는데, 인공지능(AI) 시대가 다가오기 전이라 리소스(자원) 대비 아웃풋(성과)이 별로 안 나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에 승부를 걸었고, 성공했다. 삼성도 전영현 부회장이 HBM 개발팀 신설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 눈 내리기 전에는 뭔가 하지 않을까 싶다.”

-반도체가 첨단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경을 꼽는다면.

“반도체가 세트(스마트폰, PC 등)의 경쟁력을 결정하지 않을 때는 디자인이나 사용 편의성이 중요했다면, 어느 정도 그런 면들이 평준화되면서 반도체가 제품 경쟁력의 중요한 잣대가 됐다. 삼성전자도 그렇지만 애플이 특히 그렇다. 애플이 칩을 자체 제작하면서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애플은 10년 전부터 핵심 반도체 설계 인력을 어마어마하게 빨아들였다. 그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인재들의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가 엔비디아로 가면 개발 환경에서부터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하고 싶은 연구 개발을 굉장히 쾌적한 환경에서 할 수 있다. 중국은 기술 인재들에게 파격적 연봉에 집까지 지원해준다. 첨단 국가 명운이 걸려있는 산업은 그렇게 달려들어야 한다. 기업에만 맡겨선 안 된다. 미국, 일본, 대만은 국가 차원의 투자가 어마어마하다.”

-한국은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인·수·전(인력·수력·전력)이 필요하다. 우선 첨단산업에 대해 병역특례를 도입해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반도체 공장 설립에 필요한 전기, 물을 끌어다 주고 설비 지원도 해줘야 한다. 세제 혜택, 중고 장비 사용 등 규제도 모두 풀어야 한다. 이걸 특혜라고 보면 안 된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에 건설하는 TSMC 공장 건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렇게 파격적으로 지원해서 세금이 걷히면 국가 경제가 선순환하게 되는 것이다.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의 개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면 늦어도 12~15년 뒤에는 TSMC 같은 파운드리 회사를 육성할 수 있다. 국회 입성 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특별법은 여야가 나뉘어서는 안 된다. 당론으로 채택해 야당과 협의해야 한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반도체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HBM은 전력 소모가 너무 많다. 전력 소모에는 발열이 쫓아온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반도체 업계의 주요 고민이 될 것이다. 저전력, 고성능 LPDDR(저전력 D램 메모리)이 중요해질 것이다.”

-업계 전문가의 역할을 정치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풀어 볼 생각은 없었나.

“기업에 있을 때는 전 세계 고객이 대상이었다면, 정치는 대한민국 국민을 기쁘고 행복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관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보다는 외국 대학에서 연구하면서 청년들에게 멘토링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국 청년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되고 싶었다. 청년의 미래를 위해 봉사하자는 마음이 컸다. 청년들과 대화를 통해 얻고 싶은 건 딱 하나다. 100명 중 2~3명만 생각을 바꿔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 지역구인 강남구에서 ‘청년 멘토링’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부터 매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 이후 어떤 수식어가 따라붙기를 바라는가.

“삼성에서 갤럭시를 남겼다면, 국회의원 임기를 마칠 때쯤에는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남았으면 좋겠다. 청년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어느 정도는 기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정 활동이 궁극적으로는 청년의 미래로 모일 것으로 생각한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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